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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생의 마지막 날… 평범해서 아름다웠던 삶을 들여다보다
    손원천 선임기자
    입력 2025.01.24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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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데 그뤼텐.© Helge Skodvin.
프로데 그뤼텐.© Helge Skodvin.

삶이 딱 하루 남았다 치자. 뭘 할까. 뭘 할 수 있을까. 사과나무를 심을까?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는 삶의 마지막 하루를 남긴 주인공의 여정을 담담하게 따라가는 장편 소설이다.

닐스는 평생을 살아온 집에 출가한 두 딸에게 전하는 편지를 남긴 채 길을 나선다. 특별한 날에만 입는 양복을 만지작대던 그는 ‘마지막 날을 멋지게 꾸민 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평소처럼 점퍼를 걸친다.

그는 작은 배의 선장이다. 평소처럼 낯익은 선객들이 그의 배에 올라탄다. 한데 이들의 면면이 특별하다.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이 세상에 없는 개도 있다. 그리웠던 이들과 마지막 항해에 나선 닐스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에 충실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하나 추억을 되짚는다.

여기서 잠깐. 노르웨이는 피오르의 나라다. 고대의 빙하가 파놓은 이 협만(峽灣)은 노르웨이 풍경을 대표할 정도로 아름답다. 한데 실생활에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장애물이다. 깊이 수백m에 달하는 피오르가 여기저기를 가르고 있는 탓에 바로 옆 마을까지 가는 데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우리였다면 수백개의 다리를 놓아 해결하려 들었을 텐데, 자연을 원형으로 보전하는 것에 진심인 이 나라 사람들은 교량 건설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다리를 대신하는 건 수많은 페리다. 그러니까 두메 사람들의 발이 돼 주는 우리의 군내버스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게 페리다.

닐스는 바로 이 페리의 선장이다. 저자는 그를 줄곧 ‘운전수’로 표현한다. 어쩌면 저자는 우리 군내버스 ‘운전수’처럼 닐스가 노르웨이 장삼이사들의 삶과 끈끈하게 연결됐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늘 페리로 사람들을 건네주던 닐스가 피오르를 건너며 “그의 마지막 날은 이렇게 끝이 났다.” 혹시나 했던 반전은, 역시나 없다. 사실 ‘끝’은 덜 중요하다. 진작 예정돼 있었으니까.

마지막이 당도하기 바로 전, 닐스는 먼저 보낸 아내 마르타와 다시 만난다. 마르타는 사실 책 여기저기서 줄기차게 등장(주인공이 모는 배의 이름도 마르타다)한다. 한데 이는 기억의 여러 장면들이 소환된 것이었을 뿐, 정작 마르타는 닐스의 마지막 배에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마침내 둘이 재회하는 순간, 독자는 죽음 앞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닐스는 이미 사랑을 세상에 남겼다. 이는 한 사람의 생애가 남길 수 있는 가장 선명한 흔적 아닐까.

책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인 프로데 그뤼텐(65)이 10여년 만에 발표한 장편이다. 작가는 2023년 이 소설로 노르웨이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브라게 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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