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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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디자인 분야에서 종사하며 업무상 해외 여러 도시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관광지보다는 도심 중심으로 경험하게 된 출장이었다.

여러 차례 출장에서 발견한 공통점은 무척 흥미로웠다. 방문한 대부분 도시가 각자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나의 일관된 디자인 철학으로 '브랜딩' 돼 있었다. 이러한 도시 브랜딩은 단순히 외형적 아름다움을 넘어 도시를 기억하게 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강력한 전략임을 몸소 체험했다.

영국 런던은 지하철인 '언더그라운드'의 로고와 서체를 100년 이상 동일하게 유지하며 도시의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했다. 1863년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 개통된 도시의 자부심처럼 런던 지하철은 빨간 원을 가로지르는 진한 청색 띠가 UFO 느낌을 주며 눈길을 끌었다. 런던 지하철의 독특한 디자인은 타이포그래피 아티스트 에드워드 존스턴과 건축가 찰스 홀든, 당시 지하철 책임자였던 프랭크 피크, 디자이너 해리 벡 등이 100여년 전 의기투합해 만든 도시 브랜딩의 상징이다. 오늘날 세계의 표준이 된 색깔별 지하철 노선도도 이 시기에 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역시 'I amsterdam' 슬로건을 통해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네덜란드는 오래전부터 다른 나라에서 사상이나 신념을 이유로 박해받은 사람을 받아들여 번영해 왔다는 자부심이 있다. 따라서 이 나라는 매사에 관용적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유럽연합(EU) 인종차별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스웨덴과 함께 유럽연합 중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가장 적은 나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 : 나무위키

◇ 도시 정체성을 형성하는 디자인의 힘

이처럼 도시 브랜딩은 시민, 방문객, 기업, 그리고 투자자에게 도시의 독특한 정체성을 전달하는 핵심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이다.

각 도시가 가진 매력을 강조하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함으로써 관광과 경제 발전, 지역 주민의 자긍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브랜딩은 본래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차별화하는 전략에서 출발했지만, 도시 브랜딩의 경우에는 보다 복합적이다. 도시의 문화, 역사, 시각적 상징, 캐릭터, 슬로건, 사명과 비전, 그리고 가치와 같은 요소들이 조화롭게 결합하여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를 구성한다.

도시 브랜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해당 도시를 특별하고 매력적인 장소로 기억하게 한다. 특히 도시 슬로건은 그 정체성과 매력을 간결하고 강렬하게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 설계된 슬로건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기업의 투자를 이끌며, 주민들에게는 도시의 일부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 경제·문화·사회적 가치 창출

도시 브랜딩이 추구하는 목표는 도시의 경험과 가치를 명확히 하여 관광객, 기업, 주민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행정적 측면의 이점이 명확하다.

먼저 도시 브랜딩의 가장 두드러진 경제적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잘 설계된 도시 브랜드는 관광객과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도시의 매력을 높이고 신뢰감을 부여함으로써 비즈니스, 여행,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브랜딩으로 인해 형성된 긍정적인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기업 유치와 고용 창출로 이어져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

또한 도시 브랜딩은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부활시키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브랜드를 통해 발생한 수익은 도로, 공원, 문화 시설 같은 사회적 인프라 조성에 활용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도시 브랜딩은 도시의 역사와 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도시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이 과정에서 도시는 단순히 외형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독창성과 개성을 강화한다. 이러한 문화적 접근은 방문객들에게도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지역 주민에게는 더 많은 문화적 향유의 기회를 열어준다.

또한 도시의 물리적 경관을 개선함으로써 도시 전체의 이미지가 한층 고급스러워지고, 차별화된 도시 정체성이 형성된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주민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도시 브랜딩의 또 다른 이점 중 사회적 측면도 중요하다. 주민에게 자긍심과 소속감을 부여한다. 도시가 잘 정비되고 매력적으로 브랜딩 된 경우, 주민은 그 도시의 일부로서 더 큰 만족감과 연대감을 느낀다.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주민들이 도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더불어, 도시 브랜드는 세계 시장에서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타 도시와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우위를 점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가능성을 열어준다.

도시 브랜딩은 복잡하고 다양한 도시의 구성 요소를 하나의 일관된 정체성 아래 통합함으로써 도시 관리의 효율성을 높인다. 도시의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함으로써 모든 정책과 계획이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체계적 관리는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도시가 추구하는 비전을 달성하는 데 기여한다.

◇ 성공적 도시 브랜딩 전략

도시 브랜딩의 성공은 몇 가지 핵심 요소에 달려 있다.

첫째, 명확한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도시의 역사, 문화, 가치관을 반영하여 도시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하고, 방문객과 주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둘째,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와 비전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전달하여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도시의 슬로건, 로고, 색상, 타이포그래피와 같은 시각적 요소를 통해 구체화한다. 이러한 시각적 아이덴티티는 브랜드를 쉽게 인식하고 기억하게 만들며, 도시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셋째, 지역 주민과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 도시 브랜딩 과정에서 주민과의 상호작용은 진정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중요하다. 지역 주민이 브랜딩에 참여하면 도시와의 유대감이 강화되고, 브랜드의 신뢰성이 높아진다.

결국 도시 브랜딩은 단순히 도시를 외형적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것을 넘어, 도시가 가진 가치와 경험을 종합적으로 개발하고 증진하는 전략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성공적 도시 브랜딩은 도시의 정체성과 개성을 살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주민에게는 자긍심을, 방문객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며, 기업과 투자자에게는 신뢰를 심어준다.

이처럼 브랜딩을 통해 발전한 도시는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모두가 사랑하고 찾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게 된다.

디자인과 전략, 그리고 사람들의 참여가 어우러진 도시 브랜딩은 미래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만큼 디자인이 중요하다.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연세대학교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역임.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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