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0
5
0
문화
쾰른대성당,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 [한ZOOM]
    한정구 칼럼니스트 deeppocket@naver.com
    입력 2025.03.10 17:25
    0

독일 쾰른에 있는 쾰른 대성당은 유럽에서 두 번째, 전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높은 성당이다. 성당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복한 동방박사들의 유골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독일 쾰른에 있는 쾰른 대성당은 유럽에서 두 번째, 전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높은 성당이다. 성당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복한 동방박사들의 유골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요셉과 마리아는 나사렛에서 베들레헴으로 가던 중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를 낳았다. 별의 움직임으로 유대인 왕이 탄생했다는 걸 안 동방 박사들은 예루살렘에서 유대의 왕 헤롯에게 새로 태어난 아기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헤롯은 제사장들에게 베들레헴에서 메시아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불안감에 휩싸였지면, 동방 박사들에게 아기를 만나게 되면 자신도 경배를 하겠다며 어디에 있는지 꼭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별을 따라 베들레헴으로 간 동방 박사들은 아기 예수를 만났고 축복과 함께 황금, 유향, 몰약을 선물했다. 그리고 꿈속에서 헤롯에게 가지 말라는 계시를 받고 다른 길로 돌아갔다.

예수의 탄생과 에굽(이집트)으로 피신, 나사렛 귀환을 이야기한 마태복음 2장 내용이다.

동방박사 유골 품은 쾰른 대성당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차를 타고 약 230㎞를 달려 독일 쾰른(Köln) 중앙역에 내렸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관련 미팅까지 여유가 있어 쾰른에 잠시 머물렀을 때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웅장한 성당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홀린 듯이 성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중앙역 바로 뒤에 있는 쾰른 대성당(Kölner Dom)은 높이가 157.4m로, 유럽에서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올름 대성당(161.5m)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전 세계로 확장하면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야무수크로에 있는 평화의성모 대성당(158m)에 이어 세 번째다.

이 성당이 유명한 것은 규모뿐만 아니라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복한 동방 박사들의 유골이 있기 때문이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 ‘동방박사의 숭배’(The Adoration of the Magi), 1609년,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페테르 파울 루벤스, ‘동방박사의 숭배’(The Adoration of the Magi), 1609년,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1164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1세(1122~1190)가 밀라노 원정을 떠났다. 반란군을 진압한 황제는 밀라노에 있던 동방 박사 유골을 쾰른에 가져왔다. 동방 박사 유골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수많은 사람이 쾰른을 찾았다. 황제는 유골을 보관할 새로운 성당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게르하르트 폰 릴레에게 쾰른 대성당 건축을 명령했다.

1248년 쾰른 대성당 공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600년이 넘은 1880년에서야 성당이 완공됐다. 매년 수백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유명한 성당은 예술적으로는 중세 후기 고딕 양식 건축물의 완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20세기 초까지 쾰른은 독일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였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쾰른에서 군수물자를 생산하자 당시 연합군은 이곳을 파괴해 독일 나치의 숨통을 끊으려고 했다. 1942년 5월 말 아서 해리스가 이끈 영국 폭격기 1000여대가 쾰른의 밤하늘을 메웠고, 도시를 뒤덮을 정도로 미사일을 투하했다. ‘밀레니엄 작전’이라고 불린 이 폭격으로 쾰른의 90% 이상이 사라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의 폭격으로 쾰른 대성당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사진 왼쪽 윗부분). 현재의 모습은 오랜 복구작업 끝에 되찾은 것이다. 출처=위키피디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의 폭격으로 쾰른 대성당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사진 왼쪽 윗부분). 현재의 모습은 오랜 복구작업 끝에 되찾은 것이다. 출처=위키피디아

전쟁의 생존자, 역사를 말하다문화유산은 폭격하지 말라는 명령 때문에 쾰른 대성당은 다행히 소실되지 않았지만 몇 발의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 사진을 보면 도시는 대부분 파괴되고 성당 내부도 참혹하게 망가져 있다. 다행히 스테인드글라스는 폭격 전에 다른 곳으로 옮겨 놓았던 덕분에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한다.

유럽 여행은 성당으로 시작해 성당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유럽의 성당에는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래서 유럽 땅을 밟을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조선 때 유고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하는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 없이 불교와 유교가 자유롭게 공존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랬다면 더욱 많은 사찰이 남아 있을 것이고, 더 다양하게 우리 역사를 들려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역사에 가정은 없는 것이고 숭유억불도 시대정신이 반영된 것이며 고려말 불교의 타락에도 이유가 있었으니 유교를 탓할 수만도 없겠지만 그래도 남는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성당
    #유골
    #독일
    #쾰른
    #이유
    #유럽
    #폭격
    #쾰른대성당
    #동방박사
    #아기예수
포인트 뉴스 모아보기
트렌드 뉴스 모아보기
이 기사, 어떠셨나요?
  • 기뻐요
  • 기뻐요
  • 0
  • 응원해요
  • 응원해요
  • 0
  • 실망이에요
  • 실망이에요
  • 0
  • 슬퍼요
  • 슬퍼요
  • 0
댓글
정보작성하신 댓글이 타인의 명예훼손, 모욕, 성희롱, 허위사실 유포 등에 해당할 경우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문화 주요뉴스
  • 1
  • 초등생에 “아빠가 의사? 알파메일”…계급 논란 부른 유튜브
    서울신문
    0
  • 초등생에 “아빠가 의사? 알파메일”…계급 논란 부른 유튜브
  • 2
  • 성결대 관광학과, 글로벌 호텔 그룹 아코르 앰배서더와 MOU 체결
    중앙이코노미뉴스
    0
  • 성결대 관광학과, 글로벌 호텔 그룹 아코르 앰배서더와 MOU 체결
  • 3
  • 우리들의 설레는 시간! 봄꽃 향기에 역사체험 재미 가득 ‘고령대가야축제’로!
    Tour Korea
    0
  • 우리들의 설레는 시간! 봄꽃 향기에 역사체험 재미 가득 ‘고령대가야축제’로!
  • 4
  • 안양대 한국어교육전공 교수·석사생들, 결혼이민자 정착단계별지원패키지 사업 2년 연속 참여
    중앙이코노미뉴스
    0
  • 안양대 한국어교육전공 교수·석사생들, 결혼이민자 정착단계별지원패키지 사업 2년 연속 참여
  • 5
  • “똑똑한 빅데이터로 지역관광 살려요”…관광공사, ‘빅똑컨’ 사업 대상지 공모
    서울신문
    0
  • “똑똑한 빅데이터로 지역관광 살려요”…관광공사, ‘빅똑컨’ 사업 대상지 공모
  • 6
  • 동화 같은 할슈타트 여행, 가볼 만한 곳과 야경 스팟
    스타데일리뉴스
    0
  • 동화 같은 할슈타트 여행, 가볼 만한 곳과 야경 스팟
  • 7
  • 동의대, 에이지 테크 산업 활성화에 대학 역량 집중한다
    중앙이코노미뉴스
    0
  • 동의대, 에이지 테크 산업 활성화에 대학 역량 집중한다
  • 8
  • 제철 주꾸미&도다리 먹고 신비의 바닷길 체험하러 보령여행! 
    Tour Korea
    0
  • 제철 주꾸미&도다리 먹고 신비의 바닷길 체험하러 보령여행! 
  • 9
  • 머리 아프다고 ‘두통약’ 먹다간…‘이런 사람들’에겐 독입니다
    서울신문
    0
  • 머리 아프다고 ‘두통약’ 먹다간…‘이런 사람들’에겐 독입니다
  • 10
  • 완주 대둔산 축제, 6월 7-8일 개최...부스 운영 참가자 모집
    Tour Korea
    0
  • 완주 대둔산 축제, 6월 7-8일 개최...부스 운영 참가자 모집
트렌드 뉴스
    최신뉴스
    인기뉴스
닫기
  • 뉴스
  • 투표
  • 게임
  •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