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태생) 중심으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에 걸쳐 나타나는 ‘저소비 코어’란 트렌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뉴욕포스트는 지난 7월 저소비 코어를 소개하며, 코로나19 유행 이후 과소비와 명품에 지친 Z세대가 이제는 저소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저소비 코어(Underconsumption core)란 영어로 ‘저소비 또는 과소소비(underconsumption)’에 트렌드나 추구하는 스타일을 가리킬 때 수식어처럼 사용하는 ‘코어(core)’를 결합한 용어다.

이처럼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OO코어’라고 표현한 콘텐츠를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이버코어(Cybercore)는 1990년대 말 유행한 Y2K 또는 사이버 무드를 재해석한 콘셉트를 말한다. 놈코어(Normcore)는 평범하고(Normal) 꾸밈없는 편안한 패션을 일컫는 용어다. 또 잡동사니(Clutter)를 활용해 공간을 꾸미는 클러터코어(Cluttercore)와 같이 특정 단어 끝에 ‘코어’를 붙인 신조어는 넘쳐난다.
저소비 코어는 말 그대로 ‘소비를 줄이는 트렌드 혹은 생활 방식’이다. 과소비와는 반대 개념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멈추고 최소한의 것만 남기자는 취지의 '미니멀리즘(minimalism)'과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저소비 코어는 소비 자체를 줄이는 생활 방식으로, 오래된 물건을 계속 쓰거나 소비를 하지 않는 행위를 ‘힙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이 있다. 틱톡에서 ‘저소비 코어’를 검색하면 관련 영상이 수천 개가 나온다. 10년 전에 사서 아직도 사용 중인 가방을 자랑하거나, 중고로 구매한 제품을 소개하거나, 화장품을 남김없이 사용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등 일상에서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담긴 영상들이다.

저소비 코어가 부상한 배경은 여러 가지다. 먼저 SNS에서 과소비를 조장하는 인플루언서에 대한 반감이다. 일부 Z세대는 인플루언서들이 과도한 소비를 부추긴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매일 SNS에 쏟아지는 새로운 제품 홍보와 그에 따른 소비 물결에 파묻히는 것을 경계한다. 저소비 코어는 이러한 인플루언서뿐 아니라 인플루언서와 제품 광고 제작을 계약한 기업들에 속아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말자는 취지가 담겨 있어 단순 절약과는 의미에서 차이가 난다.
지난 7월 미국의 신용정보회사인 크레디트 카르마(Credit Karma)가 18세 이상 미국 성인 20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 소셜 미디어 사용자의 88%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타켓팅 광고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영향력을 잃었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 '건강에 해로운 수준의 과소비(38%)'를 꼽았다. 또 Z세대의 대부분(90%)은 '중고품을 구매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패스트패션에 맞서기 위해(22%)'와 '환경 의식을 갖고 싶어서(28%)'라고 응답한 비중이 컸다.
고물가를 비롯한 경제적·사회적 환경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 브렛 하우스(Brett House) 교수는 “10년마다 큰 경기 침체가 일어나면 비슷한 소비 트렌드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금은 코로나19 유행으로 보복 소비 바람이 불다가 급격한 물가 상승과 대량 해고 등으로 경제적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이 예산을 줄이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설명이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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