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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도]연상호 '지옥', 진실이 아니라 믿음을 믿는 사회
    입력 2024.10.23 11:05
넷플릭스 '지옥' 시즌 1에서 정진수(유아인)는 죽음을 예고하는 고지(告知)에 대해 설파한다. "천사가 나타나 예언합니다. 먼저 예언을 듣는 수취인의 이름을 이야기해요. 누구누구 당신은 몇 날 몇 시에 죽는다. 그리고 지옥에 간다. 그리고 그 시간이 되면 그 예언은 지옥의 사자들에 의해 이뤄집니다."


설명대로 도심 곳곳에 괴생명체가 나타난다. 다짜고짜 수취인을 구타하고, 열기를 발산해 태워 죽인다. 정진수는 희생자들이 죄인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죄를 짓고자 한 의도를 부정하고 수치심, 죄의식, 속죄, 참회를 망각해 신이 개입하기에 이르렀다고 부연한다. "신이 초월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건 인간의 역사 전반에 걸쳐 존재했습니다. (중략) 이제 우리에게 악을 방치할 권리는 사라졌고, 선을 행할 의무만 남았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는 알 수 없다. '지옥'은 그 시간을 예고한다는 설정으로 우리 사회의 불안을 들여다본다. 구체적으로는 극단적 배타주의와 독선주의다. 정진수가 이끄는 새진리회는 특정 사건을 왜곡하고 과장해 정당성을 확보한다. 고지받은 사람에게 참회를 요구하며 혐오와 절망을 키워 사회적 혼란을 가중한다.
알고 보면 정진수도 고지받은 인물이다. 죄를 지어서가 아니다. 그조차 영문을 모른다. 신도들은 의심하지 않는다. 진실을 밝히기보다 믿어야 하는 것을 믿으려 한다. 그렇게 정진수의 말은 아무런 갈등 없이 받아들이는 신념의 영역으로 올라선다.


인간은 무엇이 진실인지 확인하지 않고 지위가 높은 이에게 기대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도덕적이라면 더 그렇다.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진실이라 여긴다. 그러나 관련한 지침은 대체로 모호하며 해석의 여지가 많다. 시간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예컨대 마리 스톱스는 페미니스트 영웅이자 산아 제한 운동가로 유명하다. 영국 가디언 독자 투표에서 '지난 1000년의 여성'으로 선정됐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한때 반유대주의자이자 우생학자였다. "부적격한 허약자와 병자의 비율이 무서울 정도로 높아서 우리 인종이 부실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자식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오염시킬 수 있으니, 이런 사람들은 부모가 되지 못하게 막는 것이 공동체의 당연한 의무다."
충격적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드물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윌 스토는 저서 '지위 게임'에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도덕적 진실은 상상의 행위다. 그리고 우리가 게임에 적용하는 개념이다. (중략) 우리의 뇌는 주어진 현실을 합리적으로 설명해주고, 어떤 보상이 어떻게 주어질지 제안하는 게임을 발견하면 그 게임의 규칙과 상징을 열심히 받아들인다."


오는 25일 공개되는 '지옥' 시즌 2에서 지옥에 끌려갔던 정진수(김성철)는 부활한다. 그가 죄인이라 가리켰던 박정자(김신록)도 함께 돌아온다. 이들을 두고 누군가는 또 억측과 단견을 쏟아낼 것이다. 그것이 도덕적 진실이라며.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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