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션이 루게릭요양병원 완공을 앞두고 끝내 숨을 거둔 고(故)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를 향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루게릭 진단을 받은 뒤 투병 생활을 이어오면서도,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환자들을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션은 지난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쓴 글에서 "승일아, 하늘에서 보고 있니? 우리의 꿈이었던 국내 최초 루게릭요양병원의 외관이 이제 완성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해당 병원의 공사 현장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어 "두 달 후인 12월에는 완공될 것"이라며 "승일아, 편한 그곳에서 계속 기도해 줘. 네 꿈이었던 루게릭요양병원이 환우와 가족들의 쉼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지난 9월25일 눈을 감았다. 승일희망재단은 당시 "루게릭병이라는 희소 질환을 알리고 요양병원 건립 등 환우와 가족을 위해 애쓴 박 대표가 23년간의 긴 투병 생활을 뒤로하고 소천하셨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농구선수의 길을 걷던 박 대표는 2002년 31세의 나이에 울산모비스 최연소 코치로 발탁됐으나,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긴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루게릭병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이라고 불리는 희소 질환으로,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없어져 몸이 완전히 굳게 되는 병이다. 치료법은 물론, 발병 기전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병세가 악화하면 호흡할 때 필요한 근육까지 마비돼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박 대표는 2002년 루게릭 진단 이후 1년 만에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며 환우를 위한 삶을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이후 저서 '눈으로 희망을 쓰다'를 출간하는가 하면, 2011년엔 가수 션과 함께 비영리재단 승일희망재단을 출범하고 요양병원 건립을 위해 각종 모금 활동도 추진했다.
고인의 노력으로 루게릭요양병원은 지난해 착공을 시작했고, 올해 12월 준공을 앞뒀다. 박 대표는 지난해 12월 병원 착공식에 앰뷸런스를 타고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루게릭요양병원은 루게릭 환우들을 위한 전용 병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션은 병원에 대해 "239억원 규모의 국내 최초 루게릭요양병원"이라며 "15년 전 승일이와 만나 꿈을 꿨고, 15년간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이제 박 대표는 하늘에 있지만 우리는 희망의 끈을 계속 이어간다"고 당부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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