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가 늘어나면서 가정마다 정기 구독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면 구독을 해지했다가 이후 '킬러 콘텐츠'가 등장하면 재구독하는 이른바 'OTT 유목민'이 증가하자 OTT 업체들은 일정 기간 구독을 일시 정지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구독 정보 분석 업체인 안테나의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 내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정기 구독을 일시 정지하는 구독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구독을 정기적으로 멈췄다가 1년 이내에 다시 돌아오는 새로운 습관이 구독자들 사이에서 생겨나고 있다"며 "이러한 습관은 결국 스포츠 이벤트와 같은 라이브 콘텐츠나 볼만한 영화, 쇼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 프리미엄 스트리밍 서비스를 정기 구독하는 사람 중 해지했다가 재가입한 비율이 2022년 1~9월 29.8%(월 중간값 기준)에서 올해 같은 기간 34.2%로 늘었다. 프리미엄 스트리밍 서비스 평균 해지율도 지난 8월 기준 5.2%인데, 재구독 여부를 감안하면 3.5%로 낮아졌다.
켄터키주에 거주 중인 미국인 로버트 토라 노는 기본적으로 넷플릭스에 음악을 듣기 위해 스포티파이를 구독하고 이를 일시 정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훌루와 아마존프라임, 디즈니플러스 등 다른 OTT는 1년 내내 정기 구독하진 않고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 때만 구독했다가 다음 달에 해지한다고 했다. 이달에도 딸이 디즈니플러스에서 '댄싱위드더스타'를 보고 싶다고 해 구독했으나 다음 달에 취소하려고 일정을 표시해뒀다고 밝혔다.
이러한 양상은 OTT 서비스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에서 OTT 중 한 번만 가입해 구독을 계속 유지하는 구독자 수와 점유율이 가장 높은 OTT는 넷플릭스였다고 WSJ는 안테나 조사를 인용해 전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의 OTT 서비스인 맥스는 2회 이상 재가입한 구독자 비율이 31%였으며 애플TV플러스 구독자 중에서도 29%가 2020년 이후 두차례 이상 재구독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OTT 업체들은 구독자들이 완전히 해지했다가 다시 가입하지 않고 구독 여부를 유지하되 비용을 내지 않도록 하는 일시 정지 조치를 마련했다. 넷플릭스는 프리미엄 멤버십을 구독하는 구독자에게 요금을 청구하지 않고 최대 3개월간 일시 정지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훌루 등 다른 OTT도 동일한 조건을 제공 중이다. 아직 일시 정지 기능이 없는 디즈니플러스는 이 기능을 새로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OTT 유목민이 증가하는 현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13세 이상 5041명의 86.5%가 OTT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OTT 구독료는 1만2005원, 1인당 평균 OTT 구독 개수는 2.1개다. 2022년까지만 해도 2개가 채 되지 않던 평균 OTT 구독 개수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국내외 OTT 업체들이 구독료를 인상, 구독자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볼만한 콘텐츠가 없는 OTT 서비스를 해지했다가 이후 재구독하는 일은 계속해서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나단 칼슨 안테나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많은 OTT 구독자들이 (서비스를) 영원히 구독하진 않겠으나 적어도 구독을 켰다 끄는 건 가능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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