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년 콘텐츠산업의 비전 키워드로 ‘넥스트 K: 그 이상의 K’를 제시했다. 글로벌 보편 코드와 초국적 제작 시스템의 정착을 예견했다.
유현석 콘진원 원장직무대행은 3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열린 ‘콘텐츠산업 2024 결산 2025 전망 세미나’에서 이를 ‘한류 5.0’이라고 명명했다. “지난 2~3년간 한류가 다양해지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면 내년부터는 K-콘텐츠가 문화·지리적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시장과 더 많은 이용자를 만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대표적 예로 블랙핑크 로제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APT.’를 손꼽았다. 세계적으로 흥행한 이 노래의 모티브는 ‘아파트 게임’이다. 다수 참가자가 양손을 포개 아래부터 손을 하나씩 빼다가 술래가 외친 특정 숫자에 손을 빼는 사람이 벌주를 마시는 술자리 놀이다. ‘APT.’ 뮤직비디오에서 익살스럽게 연출돼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한국의 놀이문화가 주목받기는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세계 OTT 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등장인물들이 목숨을 걸고 참여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달고나 뽑기’ 등이 큰 관심을 얻었다. 유 대행은 “K-놀이 문화와 보편적인 글로벌 코드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미래로 K-제작 시스템과 현지 아티스트·인력 간 조화를 가리켰다. 이 또한 예고된 변화다. 특히 K-팝 산업에서 한국 멤버 중심의 국내 위주 활동에 한계에 있다고 판단해 2020년부터 구체화했다.
시작은 K-팝 인기가 높은 일본이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니쥬와 미사모, 하이브는 앤팀, CJ ENM은 JO1과 INI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영미권으로 범위를 확장하는 추세다. 하이브(캣츠아이), SM엔터테인먼트(디어 앨리스), JYP엔터테인먼트(VCHA) 등이 제각각 현지화 그룹을 만들거나 준비하고 있다.
현지인을 활용한 콘텐츠 전략은 웹툰 산업에서도 돋보인다. ‘로어 올림푸스’, ‘언오디너리(이상 북미)’, ‘선배는 남자아이(일본)’, ‘파수트리 가제(인도네시아)’ 등이 대표적 예다. 하나같이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리디 등 국내 웹툰 플랫폼 기업이 운영하는 해외 플랫폼에서 공개된다.
특히 네이버웹툰 영어 서비스인 웹툰에 연재되는 ‘로어 올림푸스’는 윌 아이스너 어워드, 하비 어워드, 링고 어워드 등 미국 주요 만화 시상식을 석권했다. 누적 조회 수도 17억 회(네이버웹툰 해당 언어 서비스 기준)를 넘는다.
이 작품의 작가는 뉴질랜드 출신 미국인 레이첼 스마이스다. 네이버웹툰이 해외 아마추어 플랫폼인 ‘캔버스’를 통해 데뷔시켰다. 현지 작가를 키우고 그들이 새로운 현지 독자를 모으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한다. 인기 웹툰을 여러 언어로 번역해 한국 또는 제3국에 서비스하고, 단행본 출간·영상화 등으로 지식재산(IP)을 확장한다.
유 대행은 “현지 맞춤형의 고도화된 전략을 통해 현지 이용자를 공략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류 5.0’의 핵심은 한국에서, 한국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아닌 ‘K’를 앞에 붙일 필요가 없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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