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허황된 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0년 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경쟁할 수 있는 악단을 만들겠다."
정재왈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 최고 악단을 경쟁 목표로 삼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베를린 필은 빈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최고 악단으로 꼽힌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 문화예술 발전의 역사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예술이 언젠가는 인정받으리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급격하고 광범위하게 세계 무대에서 자리잡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 한류의 시대가 왔고 대중 예술에서 시작된 한류는 이제 순수 예술로 확산하고 있으며 한국의 클래식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 대표는 한국 클래식 연주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들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클래식 연주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에서는 한국 연주자들이 없으면 공연이 이뤄지지 않을 정도다. 개별 연주자들이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고 그것을 자양분으로 활용한다면 10년 뒤에는 베를린 필과 겨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올해 서울시향의 해외 공연에는 한국 연주자들이 함께 한다. 서울시향은 올해 10월27일 미국 뉴욕의 카네키홀 아이작 스턴홀에서 공연하고 미시간과 오클라호마주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협연하고 작곡가 신동훈의 작품도 연주할 예정이다.
"서울시향이 세계적 오케스트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 음악가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협연 기회를 마련하고 해외 공연에 같이 참여시키면 연주자들과 오케스트라가 동반 성장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서울시향 발전을 위해 전용홀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가 세계 경쟁력 순위 6위의 큰 도시인데 그런 서울시를 대표하는 악단이라면 당연히 전용홀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용홀은 서울시향의 발전 단계를 몇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서울시에 지속적으로 환기를 시켜서 전용홀 건립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전용홀이 없기 때문에 사업의 제한도 있고 대관료 부담도 적지 않다.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주로 공연을 하는데 예술의전당은 경쟁이 심해 대관하기도 쉽지 않다."
올해 해외 공연 외 중요한 공연으로 1, 2월에 있을 말러 교향곡 2번과 7번 녹음과 12월에 있을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공연을 언급했다. 서울시향은 지난해 취임한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5년 임기 동안 말러 교향곡 전곡을 녹음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녹음해 '애플 뮤직 클래시컬'에 공개했다.
정 대표는 "내년부터는 실물 음반도 만들겠다"며 "실물 음반을 자체 레이블로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휴식시간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공연시간이 5시간에 육박하는 대작이다. 서울시향과 국립오페라단과 함께 작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대작 오페라를 만들어보자는 뜻이 맞아서 공동 주최자로 참여한다"며 "단원들에게도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밝혔다.
정 대표는 또 2015년 이후 공석인 악장을 올해 안에 새로 선발하고 올해 최대 6명 정도 신규 단원도 모집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재왈 대표는 기자 출신으로 서울예술단 이사장 겸 총감독,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이사,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올해는 서울시향이 창단 80주년, 재단법인화 20주년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해다. 재단법인화 이후 20년 동안 부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정말 도약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3년 임기 동안 새로운 10년의 기점을 만들겠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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