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중국 Z세대(1995~2009년 출생자)에 '행복한 소비 열풍'이 불고 있다.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 서브컬처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피규어, 배지, 엽서, 포스터, 의류, 생활 용품 등 다양한 굿즈에 젊은층 소비가 몰리고 있다.
중국경제망은 최근 보도에서 굿즈가 Z세대의 소통 수단과 문화로 성장해 굿즈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현상에 집중했다. 신문은 "Z세대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콘텐츠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면서 "단순한 소비가 아닌 콘텐츠 제작, 상품 판매, 문화 관광 서비스 등 콘텐츠 관련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도 탄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아이돌 등의 콘텐츠를 즐기는 Z세대들이 늘면서 이들을 일컫는 얼츠웬(二次元)이라는 신조어로 탄생했다. 얼츠웬의 굿즈 소비를 '곡자(좁쌀·穀子)경제'라고 부른다. 곡자 중국어 발음은 굿즈(goods) 영어 발음과 비슷하다. 굿즈를 구매하는 행위는 좁쌀을 먹다(吃穀), 굿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좁쌀 먹는 사람(吃穀人)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Z세대들의 언어다.
'중국 2차 콘텐츠 산업 백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얼츠웬 산업 규모는 189억 위안에서 2219억 위안(약 44조 116억원)으로 증가했다. 굿즈 산업 규모도 덩달아 상승세다. 2016년 53억위안에서 2023년에는1023억 위안으로 늘어났다. '2024-2025년 중국 곡자 경제 시장 분석 보고서'에는 2024년 굿즈 산업 규모가 전년 대비 40% 증가해 1689억 위안에 달한다고 나온다. 2029년에는 시장 규모가 30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IP 라이선싱 산업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IP 라이선싱 분야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Strategy Helix는 중국의 IP 라이선싱 시장이 2021년 1000억 위안에서 2027년 1910억 위안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11.9% 성장할 것으로 보는데, 이는 4.5%~5.0% 수준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의 2배 이상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시엔위는 Z세대가 굿즈 구매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굿즈 구매 이용자의 70%는 1995년 이후 출생자, 25%는 2005년 이후 출생자라고 분석했다.
Z세대 사이에서 굿즈는 단순 상품이 아니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속 캐릭터와 정서적 유대를 쌓는 과정으로 통한다. 왕린(25)씨는 인터뷰에서 연간 4000위안을 굿즈 소비에 쏟는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취업자들의 작년 평균 월급이 6050위안으로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꽤 높은 금액인 셈이다. 왕 씨는 "굿즈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현실에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라면서 "내가 행복하게 하기 위해 소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웬휘 후난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꼭 필요한 소비를 하던 과거와 달리 상품 가치뿐 아니라 소비하며 느끼는 행복에 중점을 둔 게 Z세대 소비의 트렌드라고 해석했다. 다만 좋아하는 콘텐츠나 캐릭터에 맹목적으로 빠진다면 과잉 소비가 될 수 있다며 "불공정한 마케팅과 불법거래가 숨어있을 수 있으니 시장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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