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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경복궁 '옥의 근원'에 걸렸던 편액, 일본에서 돌아와
    입력 2025.02.0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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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지난해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으로 경복궁 선원전(璿源殿)에 걸렸다고 추정되는 편액을 환수했다고 3일 밝혔다. 편액은 종이, 비단, 널빤지 등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쓴 액자를 일컫는다. 건물의 규모와 격식에 맞게 제작해 방 안이나 문 위에 건다.

이번에 고국으로 돌아온 편액은 가로 312㎝, 세로 140㎝로, 크기가 큰 편이다. '옥의 근원'이라는 뜻을 가진 '선원(璿源)'이란 글자가 검은 바탕에 금빛으로 새겨져 있다. 테두리를 연장한 봉에 구름무늬를 조각하고 부채, 보자기 등 보물 문양을 그려 넣어 격식이나 위계가 높았던 건물에 걸렸다고 짐작된다.

전문가 평가와 문헌 조사를 진행한 국가유산청은 조선 시대 궁궐 안에서 가장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졌던 선원전의 편액으로 보고 있다. 선원전은 역대 왕의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을 봉안한 건물이다. 왕이 분향, 참배 등 의례를 거행했다. 조선 왕실은 경복궁, 창덕궁, 경운궁(덕수궁)에 선원전을 각각 뒀다. 임금이 거처하는 곳을 이동할 때 어진을 함께 옮기고 예를 갖춰 모셨다.

국가유산청은 "각 궁궐의 선원전 건립 및 소실과 관련한 정황, 기록 등을 고려한 결과 재건된 경복궁 선원전에 걸렸던 편액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복궁 재건 과정을 기록한 '경복궁영건일기(景福宮營建日記)'에 따르면 경복궁 선원전은 1868년 재건됐다.

1444년 처음 지은 경복궁 선원전과 1897년 건립된 경운궁 선원전 편액은 화재로 소실됐다. 창덕궁 새 선원전에는 1901년 재건한 경운궁 선원전 편액만 전한다. 창덕궁 옛 선원전의 경우 현재 편액이 남아있지 않으나 편액을 거치하는 철물 흔적의 위치와 환수 유물의 크기 등이 이번 편액과 맞지 않았다.

편액에 남아있는 글씨도 경복궁 선원전 편액이라는 추정에 힘을 싣는다. 조선 시대 왕명의 출납, 행정 사무 등을 기록한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에 따르면 1868년 재건한 경복궁 선원전의 편액은 서승보(1814∼1877)가 글씨를 썼다.

국가유산청은 "글씨 필획 등 서체 특성을 분석한 결과, 편액의 글씨가 서승보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편액에 사용된 안료 또한 1900년 경복궁과 창덕궁 선원전의 공사를 기록한 의궤에 적힌 재료와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2023년 일본의 한 경매에 '19세기 경복궁 선원전의 편액'이란 유물이 나온 사실을 확인하고 추적에 나섰다. 경매사 측은 초대 조선 총독을 지낸 데라우치 마사타케(1852∼1919)와의 연관성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데라우치가 고향으로 돌아왔을 당시 경복궁 일부 건물을 철거하고 이전했다"며 "철거 작업을 한 직원이 보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과 라이엇게임즈는 소장자 측에 조선 왕실의 문화유산인 선원전 편액이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당위성을 전달하고 협상을 벌였다. 해외에 있는 유물을 함께 고국으로 가져오기는 이번이 일곱 번째다. 2012년 협약을 맺은 이래 보물로 지정된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竹冊)', '석가삼존도' 등의 환수를 합작했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오는 2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편액 실물을 공개한다. 이후 관리는 국립고궁박물관이 맡는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향후 학술연구, 전시 등 다양하게 활용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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