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1950∼1960년대 한국 사회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영화들과 96년 역사를 간직한 경북 칠곡의 예배당 건물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관리된다.
국가유산청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소장한 영화 '낙동강', '돈', '하녀', '성춘향' 등 네 편과 칠곡 왜관읍에 있는 '칠곡 구(舊) 왜관성당'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13일 밝혔다.
1952년에 제작된 '낙동강'은 대학 졸업 뒤 낙동강 유역으로 귀향한 주인공이 마을 사람들을 계몽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았다. 배우로도 활동한 전창근 감독이 1950년 8∼9월에 벌어진 낙동강 전투 장면을 통해 당시 전쟁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1958년 개봉한 김소동 감독의 '돈'은 순박한 농사꾼인 주인공을 통해 농촌 고리대, 사기꾼 성행 등 당대 농촌 문제를 가감 없이 드러낸 작품이다.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시기의 열악한 농촌 현실을 사실적이면서 비극적으로 묘사해 한국 사실주의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김기영 감독이 1960년 발표한 '하녀'는 중산층 가족과 신분 상승을 꿈꾸는 하녀를 다룬 작품이다. 욕망, 억압, 공포, 불안 등 당대 한국 사회의 긴장과 모순이 김 감독 특유의 스타일로 펼쳐져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1961년 개봉한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은 특수 렌즈로 찍은 촬영본을 넓은 화면에 생생한 색감과 함께 구현한 한국 최초의 컬러 시네마스코프 영화다. 1960년대에 최고 흥행 성과를 올리며 해외 영화제에 출품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하나같이 근현대기의 사회상과 생활상을 보여준다"며 "미래 세대에 한국 영화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청춘의 십자로(1934)', '미몽(1936)', '자유만세(1946)', '검사와 여선생(1948)', '마음의 고향(1949)', '피아골(1955)', '자유부인(1956)', '시집가는 날(1956)' 등 여덟 편이 가치를 인정받았다.
칠곡 구 왜관성당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소속의 건물이다. 1928년 경북 최초의 천주교 본당인 가실본당 소속 공소가 본당으로 승격하면서 건립된 예배당 건물로, 현재까지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본당은 주임 신부가 상주하는 성당, 공소는 본당보다 작은 단위로서 주임 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예배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높은 첨탑과 반원 아치 모양의 창호 등이 성당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건물은 베네딕도 수도원의 역사를 품은 건물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성직자인 성 베네딕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도회는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다 한국전쟁 기간 칠곡 일대에 터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이들이 피난 와서 세운 베네딕도 수도원이 오늘날 성 베네딕도 왜관수도원으로 이어지기까지 과정을 설명할 때 이 건물은 빼놓을 수 없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경북 지역의 천주교 전파 역사를 간직하고 건물 원형도 잘 유지해 역사·건축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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