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얼마 전 소금빵을 너무 맛있게 먹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홀린 듯이 반복 재생했는데요. 갓 구운 소금빵은 겉을 누르면 '파삭'하는 소리가 난다 등 날카로운 분석에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거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안에는 버터를 머금어 촉촉한 소금빵. 안 좋아하는 분들 없을 것 같은데요.
소금빵은 일본의 '시오팡'이 원조입니다. 말 그대로 일본어로 소금과 빵을 합쳐 만든 단어입니다. 요즘은 일본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와서 먹는 역수출(?) 상품이 되기도 했죠. 일본에서 소금빵은 원래 여름을 겨냥해 나온 상품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일본의 여름 제철 음식 소금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소금빵은 하드버터롤에 굵은 소금을 뿌려 구운 빵인데요, 일본 소금빵 발상지는 에히메현 야와타하마시의 '팡 메종'이라는 동네 빵집입니다. 일본의 여름은 푹푹 찌는 더위인데요. 이 때문에 여름에는 빵을 사 먹는 사람들이 적어 여름만 되면 매출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소비자를 여름에 어떻게 유인할 것인가를 두고 빵집 사장님이 줄곧 고민했었다는데요. 그러던 중 제과제빵을 배우기 위해 다른 곳에 나가 있던 아들이 "요즘 바게트 종류에 소금 뿌린 것이 유행한다더라"라는 말을 아버지에게 전해주게 됩니다. 여기서 힌트를 얻게 되죠.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니 염분도 보충해야 하고, 또 더위에 입맛도 잃기 쉬우니 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라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금빵을 여름용 상품으로 겨냥하고 구상하기 시작합니다.
원래 이 빵집은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동네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었다고 해요. 그러니 바게트처럼 딱딱한 식빵보다는 누구나 먹기 편한 부드러운 반죽으로 소금빵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네요. 그래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뒤 버터를 빵 반죽으로 감싸는 굽는 방식을 고안해냅니다. 소금빵 안이 버터가 스며들어 촉촉한 이유인데요. 보통 이런 하드롤빵의 경우 반죽 무게의 10% 정도의 버터만 사용하는데, 이곳의 소금빵은 20% 정도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큼지막한 버터가 들어가 반죽에 감기는 모습을 보고 취재론 사람들은 놀라기도 한다는데요. 굽는 동안 버터가 녹아내리면서 안에는 적당한 공간이 생기고,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식감이 완성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드디어 출시에 성공했지만, 처음부터 폭발적인 매출을 얻었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알려지지도 않아서 팔리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주변 어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 빵을 먹기 시작하면서 소금빵이 명성을 얻기 시작합니다.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다 보니 이분들이 소금이 겉에 들어간 빵을 사 먹으며 일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믿거나 말거나 지금도 시장에서는 소금빵을 한 손에 들고 일하는 분들을 여름에 볼 수 있다고 해요. 다른 빵이면 목이 메니 커피나 주스를 함께 곁들여야 하지만 소금빵은 그럴 필요가 없고, 염분 보충에 좋다는 이유로 사랑받는다고 하네요.
이 평판이 옆에 고등학교까지 퍼지게 됩니다. 동아리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 먹던 학생들 사이에서 '소금빵 맛있다'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빵이 나오는 낮에 사러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부모님들에게 사다 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그러다 보니 어머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또 나게 됩니다. 사실 어머니들 사이에서 유행이 된다고 하면 게임이 끝난 거나 마찬가지죠. 순식간에 팬이 늘어나더니 하루 매출 6000개를 찍는 인기 상품이 됩니다. 동네 사람들의 평가가 만들어낸 성과죠.
이제는 주말에 외지인들이 와서 사가는 에히메현 명물이 됐다고 해요. 이후 다른 베이커리에서도 소금빵을 속속들이 출시하는데요. 소금 버터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변주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소금빵 하나에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 같죠. 아마 탄생 비화에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작은 배려가 담겨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요. 저도 쓰면서 소금빵에 커피 한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유로운 일요일 되세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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