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최근 우리나라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해 차트 역주행을 했던 일본 가수가 있습니다. 바로 나카시마 미카인데요. '눈의 꽃', '연분홍빛 춤출 무렵' 등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멜로디의 히트곡을 탄생시킨 가수죠. 연기로도 손색이 없어서 저와 동년배인 분들은 영화 '나나'에 등장했던 나카시마 미카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있을 텐데요.
경연 프로그램 출연 이후에도 한국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어 요즘 일본 구글에는 연관 검색어로 '한국'이 뜰 정도더라고요. 오늘은 일본의 유명 가수 겸 배우, 나카시마 미카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나카시마 미카는 1983년 가고시마현에서 태어났습니다. 산골짜기 작은 마을에서 살았었는데, 이 때문에 어릴 적에는 세상이 아름다운 것으로 넘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밤에는 언니와 지붕에 올라가 별자리를 보면서 자랐다고 합니다.
집안에서는 아버지가 예전에 가수의 꿈을 꿨지만, 나카시마가 원래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던 것은 전혀 아니었다고 해요. 어릴 때부터 허스키한 자신의 목소리가 콤플렉스여서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고 합니다. 대신 모델에는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나카시마가 중학생 때 아버지가 직접 지방 소속사를 알아봐 줬을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모델 아르바이트만 하던 중에 소속사에서 노래를 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그때부터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 등 점차 목표를 바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녹음한 데모 테이프를 소니 레코드에 보내 2001년 보컬 오디션을 보게 되고, 합격하게 되죠. 이후 TV 드라마 '상처투성이 러브송' 여주인공 오디션을 보고 3000명의 참가자 중 당당하게 선발됩니다. 그렇게 첫 데뷔를 하게 되죠.
그렇게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르지만, 딱히 본인의 인기가 오래 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요. 나카시마의 인터뷰 중에는 "연기를 하든 노래 녹음을 하든, 그것이 계속 직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드라마가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다시 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라는 대답도 있죠. 생각보다 독특한데, 실제로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댄스 레슨을 받아도 스트레칭만 하고, 나머지는 선생님과 수다 떠는데 다 시간을 쓰고, 머리 스타일이나 메이크업, 패션도 모두 본인이 고집했다고 해요.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연예계에 있을 생각도 없고, 오히려 '나다움'을 인정받지 못하면 본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이후 2003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노래 '눈의 꽃', 'Find the way' 등 수많은 히트 싱글을 발매합니다. 발매 한 달도 되지 않아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죠. 2005년에는 '연분홍빛 춤출 무렵'으로 다시 한번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만화 원작으로 나왔던 영화 '나나'에 출연해 또 인기를 얻습니다. 이 영화는 흥행 수입 40억엔을 벌어들였다고 하고, 영화 OST인 'Glamorous sky'도 오리콘 차트에서 2주 연속 1위를 기록하죠. 저도 학창 시절 이걸 본 기억이 나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때 감성이 유행하면서 극 중 나카시마가 즐겨 착용하던 액세서리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크게 인기를 끌죠.
그렇게 잘나가던 나카시마가 한동안 사람들에게 잊히게 됐던 것은 2010년 앓던 지병이 악화하면서 가수 활동을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이관개방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게 된 것인데, 닫혀 있어야 하는 이관이 열려 본인의 목소리, 심장박동 소리 등은 들리지만 다른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되는 병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10주년 기념 콘서트 등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활동 중단에 들어가게 됩니다. 사실 나아지지 않아서 은퇴까지 고려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그 뒤에 복귀하고 탄생한 곡이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이라는 곡입니다. 이번 경연에서도 불렀는데, 기존 나카시마의 유행곡 중에서 거의 차트 역주행을 했더라고요. 이제 노래방 인기차트 상위권에도 올라가 있을 정도더라고요. 이 노래는 원래 일본 밴드 아마자라시의 곡이었다고 해요. 그러나 가사와 멜로디에 당시 힘든 시기가 떠올랐던 나카시마가 자신이 부르겠다고 부탁해 가지고 오게 된 곡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활동을 많이 해서 연관 검색어에 '한국'이 같이 뜰 정도로, 5월 내한 콘서트도 앞두고 있다는데요. 간만에 추억의 가수가 많이 언급되니 꼭 그때 감성이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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