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배우 김수현이 미성년자였던 고(故) 김새론과 교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디즈니+ 시리즈 '넉오프'의 공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애초 다음 달 전파를 탈 예정이었으나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해 내부적으로 고심한다. '넉오프'는 1997년 외환위기 사태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남자가 세계적인 '짝퉁' 시장의 제왕이 돼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수현이 주인공을 연기했다.
방송가는 디즈니+가 공개를 유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지난 10일 유튜브 방송 '가로세로연구소'가 김새론 유족 측 발언을 인용해 고인이 열다섯 살 때부터 6년간 김수현과 교제했다고 주장한 까닭이다. 이튿날 김새론의 볼에 뽀뽀하는 사진까지 공개해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는 형국이다. 김수현 측은 의혹을 반박했으나 아직 명백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근거 없는 소문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 주에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넉오프'의 내달 공개 여부도 차주나 그 뒤에 결정될 전망이다.
제작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디즈니+가 향후 한국 드라마 제작에 소극적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도 그럴 것이 '넉오프'는 올해 공개 예정작 가운데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작품군에 속한다. 글로벌 홍보·마케팅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을 만큼 내부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컸다. 한 관계자는 "'눈물의 여왕'으로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른 김수현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 반등을 노렸을 것"이라며 "뜻밖의 악재로 구조적 한계를 벗어날 기회를 놓치게 생겼다"고 말했다. 디즈니+는 론칭 당시 국내 시장에서 드라마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넷플릭스가 한발 앞서 대표적 콘텐츠 사업자인 스튜디오드래곤, 콘텐트리중앙과 장기계약을 맺고, 그 외 사업자와도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과열 경쟁 등에 따른 제작비 상승도 디즈니+에 부담이다. 한번 오른 제작비는 내려오는 일이 거의 없다. 특히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특급 배우의 개런티는 한 명이 일정한 선을 넘으면 비슷한 인기를 누리는 복수까지 이를 당연시한다. 일련의 흐름에 제동을 걸만한 플랫폼은 사실상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물론 이들도 '배우 리스크'에서 자유롭진 않다. 영화 '승부'가 대표적 예다. 2023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주연한 유아인이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수사받으면서 송출을 포기했다. 기존 배급사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바이포엠스튜디오에 판권을 넘겨 2년여가 지난 오는 26일에야 극장에서 개봉한다.
일각에선 디즈니+가 울며 겨자 먹기로 '넉오프' 송출을 강행할 수 있다고도 본다. 위약금 조항에 '유죄 확정'으로 명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미성년자와의 교제만으로는 법적 처벌이 어려워서다. 현재는 16세 미만자에 대한 성년자의 간음을 미성년자의제강간죄로 처벌한다. 2020년 5월 전까지 기준은 만 13세 미만이었다. 법원은 행위 당시의 법령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김수현은 교제했더라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 위약금 조항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시'라고 명시됐어도 그 뜻이 모호해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
배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제작업계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약금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계약서마다 위약금에 관한 내용이 제각각이며, 생략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배우의 사생활 문제만으로 작품이 사장될 수 있는 만큼 분명한 기준을 세우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계약서에 위약금과 관련한 내용이 적혀도 해석에 따라 법적 효력이 발휘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업계 전반의 위험부담을 낮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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