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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보통의 가족' 보다 더 순조롭고 파괴적인 드라마는 없다
    서문원 기자
    입력 2024.10.0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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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가족' 스틸컷(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보통의 가족' 스틸컷(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기자] '보통의 가족'은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보통의 가족'은 허진호 감독의 신작 드라마다.

이 신작의 시작은 순조롭다. 하지만 전개가 될 수록 파괴적으로, 끝내 파멸로 치닫는다. 이 때문일까. 개봉 전부터 평단 호평과 입소문이 확산되고 있어 여러모로 주목을 받고 있다.

허진호 신작 '보통의 가족'은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얼굴'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덕혜옹주' 등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잘 알려진 허진호 감독의 대표작이다. 

여기에 배용준, 손예진의 '외출', 중국합작 '호우시절, '위험한 관계', 장영실과 세종대왕을 다룬 '천문: 하늘에 묻는다' 외에 허 감독의 신인시절 각본 스탭으로 참여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등도 대중의 뇌리에 허진호 영화로 각인되어 있다.

사실. 위 필모그래피 정도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방송출연, 대학 특강, 초청 강연만 다녀도 평생 먹고 살 수 있다.

하물며 '8월의 크리스마스' 단 한개의 영화 만으로도 이미 경지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허진호 감독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밝은 모습과 어두운 구석을 동시에 드러낸 사각지대의 끝을 신작 영화로 2주 뒤(16일) 극장에서 선보인다.

제목은 '보통의 가족' 애초 이달 9일 개봉하려다, 지난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고 일반인 시사를 진행 중이다. 입소문을 기대하고 있다는 후문.

16일 개봉예정작 '보통의 가족' 보도스틸컷 2(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16일 개봉예정작 '보통의 가족' 보도스틸컷 2(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16일 개봉 '보통의 가족' 왜? 무엇 때문에 호평을 받나?

자녀를 둔 가정이면 한 번쯤은 돌아봐야 할 이야기가 있다. 다름아닌 아이들이다. 과연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자녀가 행복한 건지, 현재 어떤 곤경과 갈등에 처했는지, 한번이라도 되돌아 봐야 할 상황이 늘어났다. 

영화 '보통의 가족'은 잘 나가는 변호사, 잘 나가는 의사가 어느날 자녀 문제를 놓고 갈등하고, 분노하며 동시에 넘어서는 안되는 경우를 마주쳤을 때를 다루고 있다.

바쁜 일상을 보내며 순조롭게 살던 두 가정이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발이 묶이고 고립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첫번째 사건은 교통사고. 대형로펌에서 유능한 변호사으로 알려진 양재완(설경구)는 재벌2세가 저지른 살인 보복운전과 관련해 변호를 맡는다.

한날 한시에 보복운전으로 가장을 잃어버린 모녀. 그중 사망한 아버지와 동시에 큰 사고를 당한 외동딸이 수술대에 올라 양재완의 동생이자 유명 대학병원 외과 에이스 양재규(장동건) 닥터의 매스에 끊어져가는 목숨을 맡긴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형제는 각자의 업무에 충실하게 대한다. 형은 살인 피의자를 불구속 집행유예로 빼내기 위해 변호하고, 동생은 생사가 불투명한 피해자를 살려내려고 열과 성의를 다한다.

이야기를 바꿔, 이 두 형제에겐 각각 외동딸과 외동아들이 있다. 둘 다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이다.

이 둘은 어딜봐도 순한 학생. 하지만 내면에는 갈등과 고민이 많아 스트레스가 꽉 들어찬 상태. 단지 사회의 모범생으로 사는 두 아버지의 모습에 말을 아낄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CCTV에 가까스로 찍힌 영상이 뉴스전파를 타고 곳곳에서 질타가 이어진다. 양씨 형제를 하나로 묶은 교통사고에 이은 두번째 사건이다. 가해자는 이 둘의 자녀.

여기부터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창피함과 갈등이 두 가장과 아내들을 괴롭힌다. CCTV 폭행사건의 가해자 인상착의가 자기 아이들의 모습과 많이 비슷하기 때문.

이 정도면 뻔한 스토리 전개라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에도 출판된 원작소설 '더 디너"(네델란드 출신 작가 헤르만 코흐)도 그랬을까.

하지만 영화는 그 중반을 넘기기 전부터 엽기적인 모습으로 일그러진다. 모범가정이라고 생각했던 두 집안이 두 개의 사건과 엮이면서 극단의 모습을 드러낸다.

가깝게는 누구나 열광하고 응원하던 축구협회의 어두운 일면과 파행도 떠올랐고, 멀게는 최근 보도된 마약, 폭력, 살인, 갈취, 성폭행, 사이버 폭행으로 드러난 2만명에 달하는 촉법소년 관련 기사들이 떠올랐다.

심지어 몇년 전 엘살바도르의 대형 교도소에 수감된 무시무시한 갱단들의 전신 문신이 떠올랐다.

엘살바도르는 현재도 강력범죄 수감자들이 많아 쪽잠을 재울 정도로 수감자가 넘쳐난다. 갱단 숫자가 많아 잘못하면 국가전복도 가능한 상황이라는걸 외신에서 읽은 바.

러닝타임 109분의 '보통의 가족'은 어떻게 보면 잘 사는 중산층 가정에 자그마한 충격 쯤으로 보일 수도 있다.

지방 학교 문제 학생들이 늘어나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서울 쯤이야'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유튜브에서 가끔 보이는 '90년대 청소년들의 일탈을 보도한 그때 그 뉴스'로 인지하며 늘 존재했던 위험(사회현상)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분명한 점은 '보통의 가족'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허진호 감독의 눈이다. 그의 시선에는 현재 한국사회가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과정으로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GV시사로 상영되면서 현지에서 이미 입소문이 퍼진 이유가 이런 연유가 아닐지.

별 볼일 없이 작게만 보였던 자녀의 일탈이 범죄로 치환되는 과정 속에서 부모와 다른, 전혀 다른 사람들로 보인 것이다.

'보통의 가족' 보도스틸컷(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보통의 가족' 보도스틸컷(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혹자는 이 영화를 두고 '한국 사회가 내재했던 파국의 전면을 드러냈다'고 극찬하며, "탁월한 연기력, 예리한 연출에 뻔해 보였던 스토리가 관객의 시선을 점 점 긴장국면으로 전환시켰다"라고 서술한다. 또는 '폐부를 찌르는 서사'라는 호평도 서슴치 않는다. 단순히 '입에 발린 소리'같아 보이진 않는다.

이미 GV시사로 관람한 팬들 사이에서도 관람후 후기에서 다양한 고민과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덧붙여 모범적이고 자상한 외과의사 양재규를 분한 장동건의 달라진 모습도 눈에 띈다.

설경구, 김희애의 연기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어, 편한히 앉아서 관람만 하면 된다. 하지만 장동건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연기력에 따른 리스크가 우려됐다.

그런데 왠걸. 중후함이 가득한 중년의 모습이 확연히 잡힌 장동건의 얼굴과 전작과 다른 그의 능숙함이 닥터 양재규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캐릭터가 없어 보인다. 너무 착 달라붙는 연기력에 왕년의 스타 장동건이라는 사실도 잊었다.

여기에 외화 배우로 인식되던 수현이 양재완의 두번째 아내 지수로 열연하니, 전작과 비교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 됐다.

15세 관람가 '보통의 가족'(하이브미디어코프 제작/배급, 마인드마크 배급)은 10월 16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가족이 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유는 하나, 이미 우리 사회와 가정에 내재된 시한 폭탄과도 같은 존재가 가감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모든걸 109분에 걸쳐 세 번의 식사 장면과 두 번의 치명적인 사건으로 마무리했다는 건, 허진호 감독의 각본 집필과 연출력이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보통의 가족' 메인포스터(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보통의 가족' 메인포스터(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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