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영인 PD = 한국을 대표하는 걸그룹 메인보컬이 브루노 마스의 뺨에 뽀뽀하고, 한국의 술 게임으로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로제의 기분 좋은 일탈입니다.
2016년 블랙핑크로 데뷔해 지난 8년여의 활동 동안 우리는 로제의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싱과 매니지먼트를 받으며, 로제는 케이팝 아이돌로서 지켜야 할 여러 가지 가이드를 따라야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 활동 소속사를 더블랙레이블로 옮긴 뒤 처음 선보이는 '아파트'에서 로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최대치의 자유로움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리스너들 역시 키치하게 시작해 펑키한 고음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구성에 해방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파트' 제작 과정에서 로제는 지인들에게 '아파트' 데모곡을 보내놓고는 '진지하지 않은 것 같다'며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초반 확신이 없던 것과 달리 현재 이 곡이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데는 브루노 마스의 역할이 컸습니다.
미국 싱어송라이터로 그래미상을 받고 슈퍼볼 하프타임에 서는 등 팝 시장에서 '레전드'로 통하는 브루노 마스는 다른 가수와의 협업에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그가 로제의 제안을 승낙한 데는 '술 게임으로 노래를 만들었다'는 로제의 재치 때문이었습니다.
'애틀랜틱 레코드'라는 같은 소속사의 두 사람은 순조롭게 협업했고, 브루노 마스는 로제의 보컬 코칭을 자처한 것은 물론 뮤직비디오 디렉팅까지 참여했습니다.
'아파트' 뮤비는 간단히 세트 한 곳에서 촬영된 B급 감성이지만 단 5일 만에 1억 뷰를 돌파했습니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케미스트리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인데요, 여기에 프리코러스부터 코러스까지 이어지는 두 사람의 화음은 2천년대 펑키한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단연 B급 감성을 뚫고 나오는 S급 퀄리티라 말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의 기세는 여전합니다. 방탄소년단 제이홉와 찰리 푸스가 '아파트'를 따라 추고, 해외 클럽과 글로벌 SNS에선 외국인들의 2차 가공 콘텐츠가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리스너들이 그동안 몰랐던 로제의 본체 '채영이'의 면모에 놀라고 있는데요, 더 기대되는 점은 이 곡이 로제가 12월에 발매할 첫 번째 정규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일 뿐이란 것입니다. 우리가 몰랐던 채영이는 앨범 '로지'(rosie)를 통해 오는 12월 6일 더 많이 쏟아져나올 예정입니다.
syipd@yna.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