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당선작 5편 묶은 '나야, 문희' 24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한국의 대표 원로 배우 나문희(83)가 인공지능(AI) 영화로 관객을 만난다.
박원표 감독의 '쿠키게임', 유지천 감독의 '나문희 유니버스', 원경혜 감독의 '지금의 나, 문희', 정은욱 감독의 '두 유 리얼리 노우 허'(DO YOU REALLY KNOW HER), 이정찬 감독의 '산타 문희' 등 5편의 AI 단편영화를 묶은 '나야, 문희'를 통해서다.
이 영화들은 나문희를 주인공으로 한 생성형 AI 단편영화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들로, 오는 24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AI 기술로 구현된 나문희는 이들 작품에서 산타, 모나리자, 우주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제가 몸이 자유롭지 않은데 영화에선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니까 너무 좋았어요. 제가 실제로 가보지 않은 곳에 가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하네요."
나문희는 1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나야, 문희'를 관람한 뒤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게 됐다며 반가워했다.
그는 "가만히 있어서 뭐 하겠느냐.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보다 사는 날까지 활동하고 움직이는 게 좋다"며 꾸준히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배우로서 호흡이 망가지지 않기 위해 고전 음악을 열심히 듣고, 딸에게 피아노도 배우면서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AI 영화로는) 오페라 주인공도 해보고 싶고, 다른 것도 해보고 싶네요. 하지만 AI 영화 속 나문희는 '이런 나문희도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몇 년간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AI 영화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실제 배우를 페르소나로 삼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제작사 MCA의 박재수 대표는 "실제 스타 배우가 AI 영화에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배우를) 그럴듯하게 구현하는 게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라며 "나문희 선생님이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나야, 문희'에서의 나문희는 실제와 비교하면 목소리나 발성, 외모 등이 다소 어색한 면이 있다. 특히 성우 출신으로 뚜렷한 대사 전달력을 지닌 나문희의 장점이 완벽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나문희는 "영화를 보면서 '내가 소리에 대한 에너지가 아직 있구나'를 느꼈다"면서 "처음엔 (영화 속 목소리가) 미흡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나와 아주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더라"며 웃었다.
박 대표는 "'나야, 문희'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기술이 총동원됐다"며 "아쉬운 부분이 있을 테지만 다음에는 더 발전한 영화를 선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상영회 후에는 나문희가 당선작 감독들에게 상패와 상금을 전달하는 시상식도 열렸다. 대상작은 정은욱 감독의 '두 유 리얼리 노우 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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