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현장서 소녀시대 '다만세' 등 알게된 5060, 뮤비로 '집회 예습'
"중장년층에 아이돌 응원봉 무료 나눔" 제안도…집회, 세대화합의 장으로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13년 전 노래를 50대 중반이 된 아저씨가 탄핵 집회를 통해 알게 됐네요. 지금이라도 알게 돼 기쁩니다."(유튜브 이용자 'ky***')
"탄핵 집회에서 따라 부르려고 들어와 배우는 60대 엄마(입니다). 너무 예쁘고 든든한 우리 젊은이들, 고마워요."('hj***')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서 젊은 세대가 사랑하는 K팝이 분위기를 띄우는 시위 노래로 떠오르면서 50대 이상이 이를 '열공'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른바 '집회 플레이리스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처음 접한 많은 5060이 다음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앞서 노래를 익히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플레이리스트 곡으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있다. 17년 전인 2007년 발표된 곡이지만 유튜브에 해당 뮤직비디오가 업로드 된 게 2011년으로 표시되면서 중장년층은 '13년 전 노래'로 인식하고 있다.
해당 뮤직비디오 댓글창에서 누리꾼 'ky***'은 자신을 50대 아저씨라고 소개하면서 "단순히 멜로디로서만 명곡이 아니라 전해지는 메시지로 더더욱 명곡 반열에 오르는군요"라고 썼다.
또 "나이 60에 새로운 노래 외우기 힘들지만 힘내서 싸우렵니다"('yo***'), "좌우를 떠나 갈등을 딛고 일어나는 대한민국 '다시 만난 세계'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뜻이 그대로 담겼다"('kyw***') 등 댓글이 달렸다.
온라인에 퍼진 시위 플레이리스트에는 로제와 윤수일의 '아파트' 리믹스 버전, 싸이의 '챔피언', 지오디의 '촛불하나',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중장년층이 잘 아는 신해철의 '그대에게', 김수철의 '젊은 그대',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도 이름을 올렸다.
모두 함께 따라 부르기 좋은 동시에 집회 참여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사를 가진 게 특징이다.
'삐딱하게' 뮤직비디오에도 '아줌마', '아저씨'가 몰렸다.
유튜브 누리꾼 '밤비***'는 "시위하다 알게 된 아줌마 여기 옵니다"라고 썼고, 88학번이라고 밝힌 'kk**'는 "주말 탄핵집회 예습용으로 왔다. K팝 만학도"라고 적었다.
이 밖에도 에스파의 '슈퍼노바', 아이들의 '클락션' 등 최신 K팝 노래와 크리스마스 캐롤 '펠리즈 나비다드'(Feliz Navidad)를 탄핵 정국에 맞게 개사한 버전도 플레이리스트로 꼽히고 있다.
탄핵 집회 플레이리스트가 이처럼 예기치 않게 세대 화합을 이끌면서 시위 필수품으로 떠오른 응원봉도 청년과 중년을 연결하는 아이템이 됐다.
온라인 중고 거래 앱을 통해 40대 혹은 50대 이상에게 아이돌 응원봉을 무상으로 주겠다거나 반납시 환불하는 보증금을 받고 무료로 빌려주겠다는 젊은이들이 잇따르고 있다.
영등포구 주민이라는 당근마켓 이용자 '비*'는 "40대 이상 집회 가시는 분께 안 쓰는 응원봉을 나눔해드린다"며 "콘서트 당일 하루 사용했다"고 적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K팝은 하나의 취향 공동체로서 모르는 사람도 함께 어울릴 수 있고 소속감을 가질 수 있다는 긍정적 기능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존 시위 문화에 피로감 및 소외감을 느낀 기성 세대가 K팝 팬덤 문화의 기능에 공감하고 있으며, 비상계엄 사태 속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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