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장소에서 울려퍼진 대중가요는 분열의 상징이 됐다.
8년 만에 또 다시 맞은 대통령 탄핵 정국에 국회도, 국민도 분열됐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 국민들은 한겨울 다시 거리로 나왔다.
장소는 각기 다르다.
여의도에서 탄핵 찬성, 광화문에서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국민들이 집회 현장에서 대중가요를 함께 부르는 이른바 ‘떼창’ 현상은 이제 새롭진 않지만, 이번 대국민 집회에서는 각기 다른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는 상황에 외신들의 눈길도 쏠렸다.
여의도에서는 K팝 아이돌의 응원봉과 함께 ‘다시 만난 세계’, ‘넥스트 레벨’ 등 다양한 아이돌의 곡들이 그 일대를 가득 메웠다.
광화문에서는 태극기를 든 국민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에 맞춰 함께 노래를 불렀다.
외신 또한 두 장소를 비교하며 여의도는 ‘K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최신 곡들이, 광화문은 ‘올드한’ 곡들이 흘러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히 두 곳의 분위기 비교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도사린 이념간, 세대간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여의도와 광화문의 갈라진 분위기를 각기 다른 대중가요가 대변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됨으로써, 이제는 헌재의 시간이다.
탄핵 여부에 대한 선고까지 최소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국정 혼란은 불가피한 터라, 얼마나 이를 최소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최대한 안정화를 꾀하는 동시에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사실 대중가요를 비롯한 대중문화 콘텐츠가 역할을 해야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세대간, 이념간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으로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대중문화 콘텐츠다.
실제 한국 대중가요는 그 동안 국민을 한데 묶는 역할을 해왔다.
우리 국민의 희로애락을 담으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아 왔다.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은 일제의 탄압에 암울했던 그 시절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줬고,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녹여 한국전쟁 후 국민들을 어루만졌다.
최근에는 나훈아의 ‘테스형’이 답답했던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국민의 속을 뚫리게 하는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디 그 뿐인가.
싸이의 ‘강남 스타일’,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히트곡들은 대한민국을 전 세계 대중음악 팬들의 가슴에 새기는 자부심의 첨병이 됐다.대중문화 콘텐츠는 남녀, 노소간 대화의 물꼬를 트고 서로간 소통을 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드라마, 영화는 물론 가수 경연 프로그램까지 대중문화 콘텐츠는 우리나라의 부침 가득한 역사와 함께 했고, 위기의 파고를 이겨내는 등불과 같았다.
다시 대중문화 콘텐츠가 본연의 기능을 가동할 때다.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는 화합의 매개로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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