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 동안 3만8천석 매진 '열기'…"우리 데이식스는 계속된다"
올해 '밴드 열풍' 이끌며 '녹아내려요' 등 줄 히트…최고의 한 해 보내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믿기지 않습니다. 고척스카이돔이라는 곳에서 공연하게 돼 의미가 커요." (원필)
2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밴드 데이식스의 히트곡 '예뻤어'가 겨울에 잘 어울리는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울려 퍼졌다. 현악기와 함께한 밴드의 생생한 라이브는 크리스마스를 나흘 앞두고 따뜻하고 포근한 사운드를 빚어냈다.
장내를 가득 채운 '마이데이'(팬덤명)는 너나 할 것 없이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반짝반짝' 빛나는 은하수 물결 같은 장관을 만들어냈다.
전날부터 양일간 열린 데이식스의 스페셜 단독 콘서트 '더 프레젠트'(The Present)의 한 장면이다. 성진(기타), 영케이(베이스), 원필(키보드), 도운(드럼) 네 멤버는 이날 약 3시간 30분에 걸쳐 지난 9년간의 궤적을 톺아봤다.
영케이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면서 '이 노래를 이렇게 부르고 있네'라는 생각에 곡 자체에 집중이 안 되고 (고척스카이돔에 섰다는) 이 상황이 신경 쓰였다"며 "그런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광경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굉장히 감격스러웠다"며 "여러분 덕분이다"라고 기쁨을 표현했다.
2015년 데뷔한 데이식스는 멤버들의 군 복무로 인한 활동 공백기 도중 '예뻤어'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 발매 수년이 지난 기존 발표곡이 뒤늦게 '차트 역주행'을 펼쳐내며 가요계 '밴드 열풍'을 선도했다.
올해 데뷔 9년을 맞은 이들은 신곡 '녹아내려요'와 '해피'(HAPPY)로도 잇따라 음원 차트를 석권하며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데이식스는 이 기세를 몰아 국내 밴드 가운데 처음으로 회당 2만명 안팎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고척스카이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성사했다. 이들은 양일간 3만8천석을 매진시키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영케이는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이런 날일수록 집 밖으로 나가기 싫을 텐데, 그런데도 와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이렇게 무거운 걸음들을 해 주셔서 덕분에 '더 프레젠트'를 이곳에서 열 수 있게 됐다. 누누이 말하지만 다 여러분이 만든 것"이라며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데이식스 멤버들은 이날 말끔한 검은 정장 차림으로 가득 찬 객석을 마주한 채 일(一)자형 무대에 등장해 감성적인 곡 '컬러스'(Colors)로 공연의 막을 올렸다. 무대 뒤 자리한 거대한 전광판은 형형색색의 빛을 뿜어내 관객의 몰입을 도왔다.
이들은 '괴물', '해피', '댄스 댄스'(DANCE DANCE), '어떻게 말해' 등 히트곡, 기존 발표곡, 신보 수록곡 등을 공연 제목처럼 펼쳐냈다.
멤버들은 특히 '그게 너의 사랑인지 몰랐어', '예뻤어', '콩그래츄레이션스'(Congratulations) 등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 불러 색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전원 보컬'을 내세운 팀답게 영케이의 덤덤하면서도 깔끔한 보컬, 원필의 감성적인 목소리, 성진의 개성 있는 허스키 보이스가 어우러져 노래의 감칠맛을 돋웠다.
9년 전 데뷔 첫 해 약 1천석 규모의 서울 예스24 무브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멤버들이기에, 회당 관객 수 기준으로 무려 19배나 덩치가 커진 이번 공연이 더욱 특별할 듯싶었다.
원필은 데뷔곡 '콩그래츄레이션스'를 부르던 중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눈물을 보이더니, 잠시 무대를 비우기까지 했다.
곧 무대로 돌아온 그는 "죄송하다. 우리가 이런 무대에 있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그랬다"며 "이곳에서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런 무대를 꾸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레 꺼낸 그의 말에는 꾹꾹 눌러 쓴 손 편지 같은 진심이 묻어났다.
영케이도 이에 "데뷔곡인데도 아직 사랑받는 것이, 이런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노래를 부른다는 게 감격스럽다"고 거들었다.
데이식스가 '행복했던 날들이었다'를 부를 때는 전광판에 멤버들이 그간 찍은 사진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 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고, 히트곡 '해피' 무대에서는 제목처럼 멤버들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들은 히트곡 '웰컴 투 더 쇼'(Welcome to the Show), '녹아내려요' 등의 앙코르로 이날 공연을 마무리했다. 멤버들이 대표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가사처럼 아름다운 청춘의 또 다른 한 장을 팬들과 함께 써 내려간 무대였다.
"데이식스가 데뷔 9년 만에 고척(스카이돔)까지 오는 밴드가 됐습니다. 저희뿐만이 아니라 여러분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성진)
"저희가 나아갈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잊지 못할 공연이 추가됐고, 추억이 또 하나 만들어졌어요.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이라니, 정말 이런 날이 오기는 오네요. 우리 데이식스는 계속됩니다!" (원필)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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