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한류·세계관·송캠프 등 K팝 토대 일궈…내달 합동 콘서트로 자축
10주년 세븐틴·빌보드 1위 스트레이 키즈는 월드투어…에스파·아이브도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그룹 H.O.T.부터 에스파까지 숱한 K팝 스타를 배출한 SM엔터테인먼트가 '푸른 뱀의 해'(乙巳年)인 2025년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또 K팝 간판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의 완전체 복귀가 관심을 끄는 가운데, 세븐틴과 스트레이 키즈도 월드투어 등으로 새해 K팝 열풍을 잇는다.
◇ H.O.T.부터 동방신기·NCT까지…K팝 기틀 다진 SM 30주년
SM은 내년 2월 14일 회사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SM은 1995년 2월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가 자본금 5천만원으로 설립한 기획사다. 이듬해인 1996년 5인조 보이그룹 H.O.T.를 선보여 가요계 판도를 바꿨고, 이후 S.E.S.와 신화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1세대 아이돌' 시대를 열어젖혔다.
SM이 2000년 선보인 보아는 한국 가수 사상 처음으로 일본 오리콘 주간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일본 내 K팝 한류를 열었다.
이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가 잇따라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2세대 아이돌' 시대를 풍미했고, 2012년 데뷔한 엑소는 2000년대 초반 이후 국내 음반으로는 처음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3세대 아이돌' 시대를 개막했다.
SM은 이 밖에도 2020년 걸그룹 에스파를 데뷔시켜 '넥스트 레벨'(NEXT LEVEL)·'슈퍼노바'(Supernova) 등을 히트시키며 '4세대 아이돌'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SM은 이처럼 지난 30년간 그때그때 시장의 흐름을 영민하게 읽어내고, 기획사 차원의 체계적인 트레이닝·프로듀싱 시스템을 통해 K팝 시장의 '판'을 짰다. 현재 K팝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소들 상당수가 SM이 처음 도입했거나 대중화시킨 것들이다.
무엇보다 '한류'(韓流)라는 용어 자체가 2000년 H.O.T.의 중국 베이징 콘서트에서 비롯됐다. 이 공연이 현지 언론에 집중적으로 보도될 당시 '한류'라는 단어로 소개되며 널리 쓰였다.
SM에 따르면 H.O.T.의 흰색 풍선을 필두로 아이돌 팬덤을 색깔로 상징한 풍선 응원법, 코스닥 시장 상장(2000년), 온라인·모바일 콘텐츠 서비스(2001년), 유튜브 채널 개설(2009년), 국내 콘서트 응원봉 중앙 제어(2016년), 온라인 전용 콘서트(2020년) 등도 모두 SM이 가요계에서 처음 시도한 것들이다.
또한 아이돌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헤드 마이크'는 SM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SM기획 소속이던 현진영이 TV 음악 프로그램에서 사용해 국내에 대중화시켰다.
SM은 S.E.S. 2집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1998년) 뮤직비디오 속 외계 가상 세계, H.O.T.의 3D SF 영화 '평화의 시대'(2000년) 등으로 '현실을 넘은 판타지적 세계관' 역시 일찍감치 선보였다.
가요계에서는 이 밖에 아이돌 그룹 티저 콘텐츠, 소속 가수 합동 콘서트, 소속 가수 합동 캐럴 앨범도 SM이 대중화한 요소라고 보고 있다.
특히 SM이 2009년 처음 도입해 2011년 본격화한 '송캠프'(송라이팅 캠프)는 단순히 곡을 외국에서 사 오는 개념을 넘어 외국 작곡가들과 처음부터 협업함으로써 K팝의 지평을 전 세계로 넓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SM은 송캠프를 통해 국내외 작곡가를 협업하게 만드는 인터내셔널 A&R(Artist & Repertoire)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구축했다"며 "이를 통해 소수 국내 작곡가의 재능에 기대던 음악적인 한계를 넘어 세계인이 들어도 세련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M은 내년 1월 11∼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보아, 동방신기, 에스파 등 소속 가수들은 물론 H.O.T.의 토니안, S.E.S.의 바다, 플라이투더스카이의 환희 등 과거 SM에 몸담은 스타들도 출연하는 'SM타운 라이브 2025'(SMTOWN LIVE 2025)를 열고 30주년을 자축한다.
또 SM타운 앨범,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K팝 오케스트라 콘서트, 30주년 기념 브랜드 필름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내놓고, 내년 1분기 중 에스파 이후 5년 만의 신인 걸그룹을 선보일 예정이다.
◇ BTS·블랙핑크 '완전체' 기대…새해 주목할 K팝 스타는
방탄소년단은 내년 6월 군 복무 중인 멤버 5명이 전역하거나 소집 해제되면서 완전체 활동에 성큼 다가선다.
내년은 특히 방탄소년단이 '화양연화'(2015년) 시리즈를 발표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인데, 다시 뭉친 7명이 새로 내놓을 음악과 메시지에 전 세계 '아미'(팬덤명)의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6월 멤버들의 전역 이후 음반 제작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새 앨범 발매는 2026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다른 K팝 대표 주자 블랙핑크는 내년 신보를 내고 새 월드투어에 돌입한다.
제니, 지수, 로제, 리사 네 멤버는 작년 12월 팀 활동에 한해 YG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맺으면서 이러한 내용에 이미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요계에서는 대규모 공연 성수기가 여름∼가을인 점을 고려할 때, 블랙핑크 멤버들이 내년 봄께 신보 제작에 들어가 여름께 이를 발표하고, 이후 월드투어를 펼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7월 "2025년에는 많은 (소속) 아티스트가 동시에 활동하게 될 것"이라며 "블랙핑크의 컴백과 월드투어가 시작되는 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6회 연속 1위에 오른 스트레이 키즈와 내년 데뷔 10주년을 맞는 세븐틴도 새해 스타디움 규모의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4세대 대표 걸그룹 아이브는 내년 2월 3일 세 번째 미니앨범 '아이브 엠파시'(IVE EMPATHY)를 발표한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블랙핑크는 솔로 활동도 잘 됐고, 멤버별 브랜드 파워도 훨씬 커진 상황이라 팀 활동을 재개하면 '스매시 히트'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방탄소년단은 전역 후 상업적 흥행은 뒤따르겠지만, 소속사 이슈에 따른 리스크도 여전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정 평론가는 이어 "올해 연타 히트에 성공한 에스파가 내년 어떻게 인기를 이어갈지, 올해 신보 발매가 주춤했던 아이브가 내년에는 다시 좋은 성과를 낼지 등이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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