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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페인' 21세기가 목격한 양민 학살의 정의란?
    서문원 기자
    입력 2025.01.1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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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페인'(A Real Pain) 메인포스터(월트디즈니코리아컴퍼니 제공)
'리얼 페인'(A Real Pain) 메인포스터(월트디즈니코리아컴퍼니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기자] '홀로코스트 투어'는 오래된 관광상품이다. 국내에서는 '5박6일 동유럽 4개국 여행'(폴란드,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라는 프로그램 속에 홀로코스트 수용소를 포함시켜, 투어 첫날 베를린 혹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관광버스로 출발, 폴란드 남부 대도시 크라쿠프 변두리에 위치한 아우슈비츠에서 1박 2일을 할애하며 암울했던 당시의 역사를 보여준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리얼 페인'도 문장 위에 설명한 '홀로코스트 투어'라는 소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전체를 놓고 보면 21세기 시점에서 야만적인 20세기를 관찰하며 로드무비처럼 꾸민 것이 '리얼 페인'의 독특함이다. '홀로코스트 투어'라는 소재를 빌어 러닝타임 90분을 소화해낸 것.

현재 북미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리얼 페인'이 기존 홀로코스트 영화와 차별 점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째, 이 작품은 흔히 우리가 홀로코스트의 대명사로 인식하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아니라, 폴란드 중동부에 위치한 루블린 마이다네크 강제수용소를 비극의 현장으로 담았다.

한 마디로 나치가 유대인 학살을 일으킨 강제수용소는 아우슈비츠만이 아니라는 이야기.

두 번째 차별점은 '홀로코스트'라는 용어가 결코 유대인만 상징하는 비극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령, '리얼 페인' 출연진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 엘로지(커트 에지아완)이 있다. 그는 90년대 르완다 내전에서 살아남은 뒤 유대교로 개종한 사람이다.

영화는 투어 기간 중 엘로지가 겪었던 숱한 사연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상징적인 부분이 도드라진다. 다름아닌 현대사에 이르러 양민학살로 통칭되는 홀로코스트다.

이른바 'vollständig verbrannt'라는 말이 어원인 홀로코스트(그리스어)는 완벽한 연소(소실)을 뜻한다. 살짝 비틀면 '제거' 혹은 '삭제'다. 인류애는 고사하고, 주물주가 창조한 생명에 대한 악(惡)하고 야만적인 시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만에 하나, 인간기름으로 짜낸 비누, 머리카락을 만든 양탄자가 전시된 아우슈비츠(오슈비에침) 수용소 박물관을 다뤘다면, 훨씬 어둡고 무거웠을 수도 있다. 이는 제작과 연출을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가 원한 그림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리얼 페인' 예고편 영상 컷(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리얼 페인' 예고편 영상 컷(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일단 북미와 유럽에서 바라보는 유대인에 대한 인식구조가 최근 급격히 변했다. 가장 큰 것은 경제 위기다. 언론과 경제학자들이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최근까지 지적했던 것은 단 하나다.

현 시점이 1929년 '대공황' 아래 최악의 경제위기라는 점. 바로 오늘 세계 경제 파탄이 연쇄적으로 터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 공론이다.

양극화는 이미 정점을 타고 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끝장내고, 레바논, 시리아, 예맨, 그리고 이란마저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도 무장세력 하마스의 테러로 자국민 수백명이 사살되고 인질 납치극이 벌어졌다며 전쟁에 대한 명분을 세웠다. 하지만 세계 여론은 녹록치 않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피로도가 상당히 누적됐다.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장되도 '전조에 이은 수순'이라고 정의 내리기가 쉽다.

위에 나열된 스토리에 공통점은 결국 하나. 유대인이다. 유럽의 극우정당이 득세를 하게 된 배경, 지난 미 선거에서 '미국 일방주의'를 고수하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배경에도 '모든 악재는 유대인 탓'으로 돌리는 모순이 하나 둘씩 쌓이기 시작했다.

이런 중에 제시 아이젠버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하고, 출연을 감행한 '리얼 페인'이 극장을 통해 대중들에게 공개된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춧돌은 사촌 사이인 벤지(키에란 컬킨)과 데이비드(제시 아이젠버그)는 강제수용소 생존자였던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이번 투어에 참가했다는 내용.

여기에 졸혼한 중년 여성 마샤(제니퍼 그레이), 자영업자 마크(다니엘 요로스케스), 다이아나(리사 사도비), 그리고 홀로코스트 투어를 모집하고 리드하는 영국출신의 역사학 전공자이자 여행가이드 제임스(윌 샤프)가 있다.

이들 출연진 중 뉴욕에서 광고영업으로 먹고사는 평범한 시민 데이비드 카플란의 사촌 벤지가 진상 중의 진상으로 나온다.

첫날 묵을 바르샤바 호텔에서 대마초를 주문한 벤지는 우울증 환자처럼 종잡을 길 없는 성격. 무겁게만 보이는 홀로코스트 투어가 '가볍게 보인다'며 화를 내는 그의 자유분방함은 영화 속 '정반합'(正反合) 중 반(反)을 말하는 것 같다.

'리얼 페인' 뉴욕공항 컷(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리얼 페인' 뉴욕공항 컷(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리얼 페인'은 시니컬 하며 처음과 끝이 같다

뉴욕 공항에서 만나 뉴욕 공항에서 끝을 맺는 '리얼 페인'은 꽤 시니컬 한 영화다. 마치 '투어는 투어일 뿐, 일상은 똑같다'라는 전제아래, 21세기 유대계 뉴요커가 "너희가 홀로코스트를 알어?"라고 반문하는 것 같고, "양민학살은 어디에나 있었어"라며 21세기에 드러난 모든 비극을 하나로 뭉뚱그려 묘사한 느낌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가 수입/배급하고 15세 이상 관람가인 '리얼 페인'은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의 두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이 작품을 통해 그의 역량이 만개했다고 본다.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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