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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괴물로 변한다면…닮은 듯 다른 영화 두 편
    오보람 기자
    입력 2025.01.11 08:00
    0

'경계선'·'렛 미 인' 소설가 원작 '언데드 다루는 법'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 '애니멀 킹덤'

영화 '언데드 다루는 법', '애니멀 킹덤' 포스터
[판씨네마,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쓴 소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는 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한 뒤 가족에게서 외면당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정말 사람들은 괴생명체로 변했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이를 아무렇지 않게 버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담은 두 편의 영화가 오는 22일 나란히 관객을 찾는다. 소재는 비슷하지만, 분위기와 주제는 사뭇 다른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다.

◇ 죽은 사람들이 깨어난다, 내 가족과 함께…슬픈 좀비 영화 '언데드 다루는 법'

테아 히비스텐달 감독의 노르웨이 영화 '언데드 다루는 법'에는 사고나 질병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나온다.

아들 엘리아스를 가슴에 묻은 안나(레나테 레인스베 분)와 아내를 떠나보낸 다비드(앤더스 다니엘슨 리), 평생을 함께한 반려자의 장례를 막 치른 토라(벤테 베르숨)다.

기적인지 불행인지, 어느 날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는 기현상이 벌어지며 이들에게 가족을 다시 만날 기회가 찾아온다. 엘리아스는 할아버지에 의해 파묘 당해 집으로 오고 다비드의 아내는 병원에서 멎었던 숨이 돌아온다. 토라의 반려자는 스스로 집을 찾아와 냉장고를 뒤진다.

영화 '언데드 다루는 법'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속 '언데드'(좀비)들은 폭력적이지 않은 대신 몸은 계속 부패하고 언어·인지 능력 또한 없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괴물인 셈이다.

영화는 이들의 가족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느린 호흡으로 보여준다. 상실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시신이나 다름없는 사람을 붙잡고 사는 등장인물들을 보다 보면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슬픈 상상을 하게 된다.

'렛 미 인', '경계선' 등 기이한 스릴러 소설을 주로 써온 욘 아이비데 린드비스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만큼 그로테스크함으로 가득하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클래식 음악과 어두운 풍경, 언데드의 외모로 인해 음울한 분위기도 자아낸다.

제40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이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좀비 영화", "모든 프레임에 슬픔의 공포가 담겼다" 등의 호평을 들었다.

◇ 동물로 변해가는 소년의 자유를 향한 여정 '애니멀 킹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인 토마스 카일리 감독의 프랑스 영화 '애니멀 킹덤'에서는 원인 불명의 병이 세상을 집어삼킨다. 멀쩡히 잘 살아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동물로 변해가는 것이다.

수인(獸人)이라 불리는 이들은 보호소에 갇혀 가족과의 짧은 면회만 허락된다. 10대 소년 에밀(폴 키르셰)의 어머니 역시 보호소에서 치료받고 있다. 아버지 프랑수아(로망 뒤리스)가 흉한 모습으로 변한 아내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에밀은 어머니와의 만남을 꺼린다.

영화 '애니멀 킹덤' 속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남부 지역으로 이주해 평범한 삶을 살던 에밀은 어느 날 척추가 드러나고 털이 조금씩 자라나는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서 패닉에 빠진다. 그것도 잠시, 어머니까지 사고로 실종되며 에밀은 낮에는 정체를 숨기랴 밤에는 숲을 수색하랴 숨 가쁜 나날을 보낸다.

줄거리만 보자면 단순한 스릴러·괴수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우화에 가까운 판타지 장르 영화다. 프랑스 남부 지방 특유의 싱그러운 풍경과 수인들의 섬뜩한 외양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메시지 역시 울림을 준다. 누가 언제 동물로 탈바꿈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수인들을 경멸하고 차별한다. 공존이 아닌 격리가 이들이 새로운 세상에 제시한 해법이지만, 영화는 자유를 좇는 에밀을 통해 '공생'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혐오가 일상화한 우리 세계에도 유효한 메시지다.

카일리 감독은 "궁극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자신만의 궤적을 만들어낸다'는 주제를 담은 영화"라면서 "내면에서 깨어나는 힘, 모든 생명체와 우리를 잇는 신비롭고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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