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 홍보 차 내한…봉준호 "처음부터 패틴슨 생각하고 캐스팅"
"인간 냄새 가득한 SF영화…불쌍한 청년 이야기이기도"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박원희 기자 = "감독님이 작품 안에서 유머를 잃지 않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스타워즈' 시리즈와 비슷한,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에서 가볍고 유머러스한 장면을 보여주는 SF물은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첫 할리우드 영화 '미키 17' 주연 배우 로버트 패틴슨은 20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에 관해 "봉준호 감독님의 용감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홍보 차 전날 내한해 관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봉 감독이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미키 17'은 얼음으로 덮인 우주 행성 개척에 투입된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SF물이다. 패틴슨은 임무 수행 중 죽을 때마다 폐기처분 됐다가 복제 인간으로 되살아나는 주인공 미키 역을 맡았다. 17번째 미키가 죽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18번째 미키를 맞닥뜨리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로버트 패틴슨 "봉준호 감독의 용감한 작품…미친 시나리오" [http://yna.kr/AKR20250120068900005]패틴슨은 "아주 빨리 재미있게 읽은 미친(crazy) 시나리오지만, 미키가 왜 그렇게 되는지를 살펴보면 복잡해지더라"며 "자신감도 없고 어떻게 보면 멍청한 점도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가르쳐도 교육되지 않았던 자기 반려견에서 영감을 받고 미키 캐릭터를 소화했다고 한다.
패틴슨은 "어떤 벌을 내려도 바뀌지 않았던 제 반려견처럼, 미키 역시 17번을 죽어서야 '삶을 다르게 살았어야 했나' 깨닫는다"며 웃었다.
봉 감독은 패틴슨이 '굿타임'(2018), '라이트하우스'(2019) 등 미국 독립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을 때부터 그를 주시했다고 한다.
봉 감독은 "멍청하고 불쌍한 미키 17과 예측불가능하면서도 기괴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미키 18을 모두 소화해야 해 사실상 1인 2역인 셈"이라며 "두 역할을 다 맡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 생각했고 처음부터 패틴슨이 떠올라 캐스팅 과정이 순조로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전 세계 최초로 푸티지 시사회(영화의 일부 장면을 공개하는 시사회)도 열렸다.
사람들이 미키의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거나 괴생명체의 공격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아 하고, 미키의 신체가 실험용으로 쓰이는 장면 등이 담겼다. 미키가 지구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지고 복제인간인 '익스펜더블'에 지원하게 되는 과정도 나온다. 비극적인 이야기를 해학으로 풀어내는 '봉준호 표' 블랙 코미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봉 감독은 "인간 냄새로 가득한 인간적인 SF영화"라며 "평범하고 힘없고 어찌 보면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극한에 처해 있는 노동자 계층이다 보니 (작품에) 계급 문제가 스며들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거창하게 계급 간의 투쟁을 다룬다는 식의 정치적인 깃발을 들고 있진 않다"고 강조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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