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히어로물에 가까운 전개로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
타율 높은 코미디도 관전 요소…지난 2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숨이 넘어가는 사람도 메스 하나만 있으면 살려낸다는 외과 전문의 '신의 손' 백강혁(주지훈).
천재 같은 실력에, 사람들이 숙덕거릴 만큼 잘생긴 외모,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는 재력까지 갖춘 그는 아쉬울 게 없다. 중증외상센터의 적자를 논하는 병원장 앞에서도, 병원장이 굽신거리는 보건복지부 장관 앞에서도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다.
병원장,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같은 대학병원 교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본인의 교수 임명식에서 그는 당당하게 선포한다.
"있으나 마나 한 중증외상팀 간판 떼고 중증외상센터로 거듭나겠습니다."
지난 24일 베일 벗은 넷플릭스 새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는 천재 의사 백강혁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천재적인 실력에 사명감도 넘치는 중증외상센터 교수 백강혁은 설정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 전국 각 지역에 권역외상센터가 설치되는데 큰 공헌을 한 이국종 교수와 닮아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현실적인 메디컬 드라마라기보다는 판타지 히어로물에 가깝다.
백강혁은 6년간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장을 누비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실탄이 오가는 아수라장에서 외과 수술을 수도 없이 하면서 경험을 쌓은 그는 흔들리는 헬리콥터 안에서 환자의 머리를 열고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심장이 파열돼 피가 솟구치는 환자를 다시 살려내기도 한다.
세밀한 의료 현장의 묘사와 고증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실망할 수도 있지만,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환자들을 살려내는 시원시원한 전개가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극의 분위기가 무거워질 때쯤 치고 들어오는 유머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까칠한 성격에 주변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백강혁은 주변 인물들을 당황하게 하는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제자 양재원(추영우)을 '노예 1호'라고 부르며 부려 먹고, 자신을 견제하는 항문외과 교수 한유림(윤경호)을 골탕 먹이는가 하면, 중증외상팀 5년 차 간호사 천장미(하영)와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드라마는 판타지다운 전개를 따르지만, 예산 부족과 인력난 등 중증외상센터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무겁지 않게 다뤄낸다.
사람을 살릴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애쓰는 중증외상팀의 모습이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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