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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기쁨을 만끽하려면 고통도 필요하더라"
    이태수 기자
    입력 2025.01.2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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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계인데 Japanese Breakfast노
  • 답글0
  • 간만에 기사다운 기사네요. 잘 읽었습니다
  • 답글0

그래미 후보 오른 3집·베스트셀러 된 'H마트…' 이후 우울 노래한 4집으로 컴백

"작년 1년간 서울서 한국어 학당 다녀…이 경험 담은 두 번째 책도 집필"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미셸 자우너)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기쁨을 만끽하려면 고통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따뜻한 여름에 감사하기 위해서는 잔인한 겨울을 경험해야 하는 것처럼요."

미국 싱어송라이터이자 1인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본명 미셸 자우너)는 최근 몇 년 동안 인생에서 처음으로 커다란 성공을 맛봤다.

2021년 발표한 3집 '주빌리'(Jubilee)로 이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신인상과 '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 후보에 올랐고, 자전적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는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그는 이로써 '그래미 후보'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훈장을 얻었지만, 어째서인지 4년 만에 낸 4집 '포 멜랑콜리 브루넷츠 (& 새드 위민)'(For Melancholy Brunettes (& sad women))은 인간 내면의 어두움과 우울을 파고든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3집의 성공은) 마치 '양날의 칼'처럼 부담을 느끼게 했다.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서울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 오리건주에서 자란 그는 '부담'이라는 단어만큼은 또박또박 한국어로 말했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늘 한 번쯤 원하던 방식의 삶을 살게 됐지만, 언젠가 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시달렸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우울감에 대한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내게 우울감이란 '사려 깊은 유형의 슬픔'"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오랜 기간 성공하지 못한" 아티스트로 규정한 그는 갑자기 찾아온 "좋은 대접"에 압도돼 각종 일정과 제안들에 모조리 "예스"(YES)라고 답했더니 곧 체력적·정신적 한계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물론 성공이 제게 자신감을 주고, 저 자신을 더욱 신뢰할 수 있게 한 건 사실입니다. 편의점 계산대에서 누군가가 무례하게 순서를 어겨도, 속으로 '너는 지금 그래미 후보를 새치기 한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지요. 하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미셸 자우너)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이번 4집에서 이카로스 신화 등 친숙한 비극적 서사를 소재로 성공의 이면에 자리한 아이러니를 그려냈다. 각 수록곡의 주인공이 되는 인물들은 유혹·배신·질투·욕심의 대가 등 다양한 일들을 겪는데, 이 같은 스토리는 앨범의 몰입감을 높인다.

예를 들어 선공개 싱글 '올란도 인 러브'(Orlando in Love)는 르네상스 시대의 시인 마테오 마리아 보이아르도의 미완성 서사시 '올란도 인나모라토'(Orlando Innamorato)를 재구성한 곡인데, 주인공이 바닷가에 차를 주차했다가 세이렌의 노래에 유혹당해 물에 빠져 죽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재미있는 점은 노래들의 사운드는 앨범의 주제 의식과는 정반대로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앨범을 녹음한 로스앤젤레스가 자신하고 너무 맞지 않아 만들었다는 '윈터 인 LA'(Winter in LA)는 가사나 설명을 보지 않았다면 마치 영화 '라라랜드'에 나올 법한 로맨틱한 곡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이번 4집은 그가 데뷔 이후 전문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첫 앨범이기도 하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메시지와 멜로디의 의도적 어긋남에 대해 "나는 늘 행복한 톤과 어두운 가사의 대비에 흥미를 느껴 왔다"며 "이는 내가 자라면서 들은 음악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윈터 인 LA'는 특히 모타운(잭슨파이브와 스티비 원더 등이 속했던 전설적인 흑인 음악 레이블) 앨범에서 영감을 얻은 곡"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로스앤젤레스가 왜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이유를 물었더니 "나는 한국인이기도 하기에 '빨리빨리'에 익숙해져 있지만,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모두가 '천천히 천천히'더라. 나는 그 점이 무척 불편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11년 전인 2014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한국인 어머니는 그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작년 한 해 서울에서 살며 한국어 학당에 다닌 것도 어머니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내가 한국에 1년 정도 살면 더욱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실제로 살아보고 내가 얼마나 그 '목표'에 가까워지는지 보고 싶었다"며 "한국에서 산 경험을 토대로 한 두 번째 책도 집필했다"고 말했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4집
[데드 오션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한국에서 어머니가 20대 때 쓴 일기도 발견했다. 이 일기를 번역하면서 어머니와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며 "어머니가 생전 내게 기대하던 모습대로 되려고 내가 무척 노력하는 기분도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렸을 때 한국에서 놀러 간 민속촌에서 "K팝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하자 어머니가 단박에 "노"(NO)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저는 그때는 정말 아이돌이 하고 싶었기에 어머니가 안 된다고 해서 무척 화가 났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니 어머니가 전적으로 옳았죠. 춤도 못 추는 제가 그룹 생활을 어떻게 견뎌냈겠어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성공의 반작용으로 찾아온 부담과 우울, 어머니에 대한 상실감,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자아 찾기 등 자신만의 길고 복잡한 터널을 지나왔다. 이를 통해 그가 깨달은 사실은 결국 인생에는 건전한 목표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삶에서는 목표 의식이 필요해요. 제 목표는 솔직한 작품 만드는 것과 저 자신을 돌보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겁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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