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감독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속 멕시코 퇴행적 묘사 거꾸로 비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에서 프랑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면에 내세우며 프랑스 사회를 비판하는 성격의 영상이 화제다.
28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멕시코의 한 크리에이터는 지난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조안느 사크레블루'라는 이름의 28분 44초 분량 영상물 하나를 게시했다.
뮤지컬 영화 형식의 이 제작물에서 배우들은 베레모, 가짜 콧수염, 줄무늬 티셔츠 같은 복장을 한 채 우스꽝스럽게 들리는 프랑스어 발음으로 연기한다.
바게트와 크루아상 생산을 놓고 경쟁하는 두 트랜스젠더 빵집 상속인 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영상 곳곳에는 프랑스에 대한 고정관념이 조롱 조로 전면에 드러난다.
예컨대 '관용이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진압봉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라든지 유서 깊은 역사를 암시하며 난데없이 이집트 피라미드를 보여주는 식이다.
이 영상은 현지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공개된 지 사흘 만에 유튜브에서만 130만명 넘는 시청 기록을 세웠고,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쇼츠 형태로 재생산되고 있다.
'카밀라 아우로라'라는 이름의 멕시코 여성이 제작한 이 영상은 성전환 수술로 새 삶을 얻는 멕시코 카르텔 보스의 이야기를 각본으로 삼은 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를 패러디한 것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프랑스 유명 감독 자크 오디아르가 만들었는데, 부자연스러운 스페인어 대사나 사회문제로 인식되는 강제 실종에 대한 진정성 부족한 접근법 등으로 멕시코에서 강한 거부감을 불러온 바 있다.
영화 홍보차 멕시코시티를 찾은 오디아르 감독이 공개적으로 사과의 뜻을 표하기도 했지만, 멕시코 내 부정적 여론은 바뀌지 않았다고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보도했다.
다소 투박해 보이는 패러디 영상물을 만든 카밀라 아우로라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제 프로젝트에 다방면으로 지원해 준 주민들의 도움 덕분에 작품이 탄생했다"며 "이렇게 반향이 클 줄 몰랐고, 한 미디어 전문팀이 실제 영화 제작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제게 연락해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아우로라는 그러면서 수익이 발생할 경우 폭력 피해 여성, 실종자 가족, 성소수자 등을 위해 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내 논란 속에 '에밀리아 페레즈'는 올해 아카데미(오스카)상 최다 후보에 오르는 등 국제 무대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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