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네이트 음악 수출지표 분석…"日 스트리밍 상위 50팀 중 9팀이 K팝"
미국 스트리밍 시장서는 약세…"보편적 산업 되려면 스트리밍도 잡아야"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한국이 지난해 음악 수출 분야에서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미국 음악 및 엔터테인먼트 분석 업체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루미네이트 수출 파워 스코어'(Luminate Export Power Score) 순위에서 4위를 기록했다.
루미네이트가 지난달 도입한 '수출 파워 스코어'는 음악 수출 분야에서 특정 국가가 지닌 역량을 평가하는 지표다.
지표 산정 기준으로는 국가별 최다 스트리밍 아티스트 순위와 특정 국가로부터 음악을 수입하는 국가의 수, 음악 수입국의 스트리밍 규모, 해외 청취자를 보유한 아티스트의 숫자 등을 고려한다.
루미네이트는 "해외 시장에 진출한 아티스트의 수가 많고,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아티스트가 있으며, 세계 음악 시장 점유율이 높은 나라에 진출한 아티스트를 보유한 국가가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한국의 뒤를 이어 각각 5위와 6위에 올랐고, 7∼10위는 푸에르토리코·호주·스웨덴·브라질 순이었다.
한국 음악을 수입하는 국가들을 분석한 결과 일본이 제1 수입국으로 나타났고, 대만과 인도네시아가 뒤를 이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가장 많은 스트리밍을 기록한 아티스트 상위 50걸에 한국 아티스트 9팀이 위치했다. 대만에서는 스트리밍 상위 10걸에 한국 아티스트 4팀이 들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상위 50걸에 한국 아티스트 3팀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아티스트들은 이외에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총 12개 국가에서 스트리밍 상위 50걸에 진입했다.
루미네이트는 일본 시장에서 K팝이 강세를 드러내는 이유에 관해 "일본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 출생)와 Z세대(1997년∼2010년 출생) 음악 청취자의 18%가 K팝 팬"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본 내 K팝 청취자는 일주일에 평균 37.3시간 음악을 듣는데, 이는 일본 내 평균적인 음악 청취자보다 6.5시간 많다. 일본 K팝 팬들은 장르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음악을 소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시아 시장에서의 이 같은 K팝 강세가 세계 최대 음원 시장인 미국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미국 시장에서는 2024년 스트리밍 상위 100걸 안에 한국 아티스트가 진입하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 CD 판매량 상위 1∼10위 음반 중 7장이 K팝이었다는 통계와 대조를 이룬다.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스트레이 키즈의 '에이트'(ATE)가 CD 최다 판매 2위, 엔하이픈의 '로맨스 : 언톨드'(ROMANCE : UNTOLD)가 3위에 올랐다.
미국 내 K팝 음반 판매와 스트리밍 성적의 괴리를 두고 전문가들은 K팝 시장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K팝 산업이 충성도가 높은 팬덤을 중심에 두고 성장했기 때문에 음반 판매 등 구매력이 반영된 지표에서는 강세를 드러내지만, 일반적인 대중을 겨냥해야 하는 스트리밍 시장에서는 보다 약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은 스트리밍에서 '빵 터지는' 음악보다는 팬들이 열광하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성장했다"며 "어떤 방향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K팝이 더 보편적인 산업이 되려면 두 요소를 모두 성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 곡들은 틱톡에서 유행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스트리밍 측면에서는 재미를 줄 수 있는 곡, 보다 직관적이고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될 수 있는 음악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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