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즌 4는 기본…데이팅 예능의 식지 않는 인기
점점 더 자극적인 설정과 연출…"미국 연애 예능처럼 변화하는 중"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커플로 매칭돼 '천국도'라고 불리는 고급 리조트에 함께 들어간 두 남녀. 카메라는 둘이 한밤중에 같은 침대에서 같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부스럭거리는 모습을 담는다. 이내 이런 음성이 들린다. "너무 훅 들어오는 거 아냐?"
현재 넷플릭스에서 공개 중인 '솔로지옥' 시즌4의 공식 예고편 중 한 장면이다. "고자극 연애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이 방송은 두 남녀가 같은 침대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듯한 장면을 4번째 시즌 만에 처음으로 담아내며 수위를 높였다.
2일 방송가에 따르면 두근두근한 설렘을 담아내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한층 더 '핫'해졌다.
비슷한 포맷의 연애 예능이 쏟아져나오면서 대중의 피로도가 쌓이자, 강력한 '도파민'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예능 '솔로지옥'이 있다. 2021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화끈한 데이팅 리얼리티쇼'를 표방했다.
남녀가 외딴섬에서 수영복을 입고 몸매를 뽐내고, 서로 마음이 맞은 두 커플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는 설정은 처음부터 있었지만, 프로그램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왔다.
시즌3은 소위 말하는 '빌런'들의 활약으로 화제를 모았고, 시즌4는 예고편에 담긴 '침대 장면'으로 공개 전부터 높은 관심을 모았다.
시즌4 공개를 앞두고 제작진은 "지난 시즌에서는 볼 수 없었던 뜨거운 천국도가 기다리고 있다"라면서 "눈 뗄 수 없는 역대급 도파민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었다.
2021년 첫 방송을 시작한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도 올해 중 시즌4로 돌아온다.
교제하다가 이별한 연인 여러 쌍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사람과 옛 연인 사이에서 누구와 만날지 선택하는 과정을 담아낸 리얼리티 예능이다.
'환승연애'는 노출이나 수위 높은 '스킨십'은 없지만, 헤어진 전 연인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엑스'(전 여자친구·전 남자친구)가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자극적인 규칙을 내세웠다.
시청자들은 상대방과 재회할 목적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한 참가자가 새로운 이성에게 흔들리는 전 연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지켜 보며 눈물짓고, 새로운 인연을 맺기 위해 전 연인에게 매정하게 구는 출연자를 보며 분노하며 '과몰입' 한다.
인간 다큐멘터리 같은 연애 리얼리티 예능 '나는 솔로'로 2021년 첫 방송을 시작해 4년째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나는 솔로'는 결혼을 목적으로 모인 남녀를 관찰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지만, 어쩐지 설레는 장면보다는 분통 터지는 장면이 더 많다.
연애가 간절한 출연진은 본인도 모르는 새 미숙하고 못난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제작진은 이를 굳이 포장하지 않은 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기수마다 등장하는 '빌런'들이 화제 몰이를 하며 '욕하면서 보는 재미'로 시청자들을 묶어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리 설렘' 대신 '도파민 충전'을 노리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들이 앞으로도 점점 더 자극적으로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내다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초반에 인기를 끌던 시기만 해도 TV에서 자극적인 설정과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연애 예능도 미묘한 멜로 감정에 초점을 맞췄지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기존의 금기가 풀리면서 점점 더 자극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도 대중이 수용할 수 있는 자극의 범위를 넘나들면서 점점 더 미국의 연애 리얼리티 예능처럼 변해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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