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죠.”밴드 QWER이 ‘밴드’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자리였다.
바로 지난해 11월 열린 ‘제1회 코리아 그랜드 뮤직 어워드’(이하 ‘KGMA’)에서다.
QWER은 베스트 밴드 부문 수상자로 호명돼 “팬분들 사랑해요”를 외쳤다.
2023년 10월 18일 데뷔해 약 2년만에 일궈낸 성과였다.
QWER은 그 영광의 순간을 일간스포츠와 돌아봤다.
시연은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며 “원래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인데, 그날은 다른 팬들도 있는 자리라 기분이 이상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QWER은 수록곡 ‘가짜 아이돌’ 무대를 최초로 선보였다.
평소 밝고 귀여운 분위기의 QWER이 아닌,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무대를 위해 약 한 달간 연습하며 준비했다고 한다.특히 멤버들 모두 올블랙 슈트를 입고와 눈길을 끌었는데, 의도한 것이었다.
히나는 “‘가짜 아이돌’ 노래 자체가 반항적인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멋있게 보일까?’ 고민했다.
일종의 이미지 변신이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걸음걸이부터 앉아 있는 자세까지 신경 썼다고 전했다.
마젠타는 재미있는 일화도 전했다.
‘KGMA’에서 가수 비비를 처음 만났는데, 먼저 반갑게 인사해 줘서 참 감사했단다.
그는 “비비 선배님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가수다.
그때 초면이었는데 ‘젠타씨 너무 예뻐요’라고 스스럼없이 칭찬해 주셨다”라며 “지금 생각해도 감동이다”라고 소녀처럼 수줍게 웃었다.QWER은 ‘성장형 밴드’다.
데뷔곡 ‘디스코드’를 발매했을 당시만 해도 시선 처리나 몸짓 등이 어색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QWER의 직캠을 찾아보며 시선은 팬들에게로, 몸짓은 날개를 단 것처럼 자유롭다.
여기엔 어마어마한 연습량이 바탕이 돼 있다.
스케줄 끝나고 연습, 쉬는 날에도 연습, 연습에 또 연습이다.“데뷔 초반 영상을 얼마 전에 다시 봤어요.
카메라를 보는 건지, 어디를 보는 건지 정체 모를 시선과 삐걱거리는 몸놀림, 어색한 손까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인간이구나 하고 뿌듯했죠.” (마젠타)“기타는 한 코드에 손가락 네 개를 올려요.
그러다 보니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죠.
늘 지판을 보지 않고 팬분들과 소통하며 연주하고 싶었어요.
그 고민 속에 살아오다가 어느새 해결되더라고요.
‘KGMA’를 포함한 여러 시상식 및 크고 작은 축제에 서면서 발전하게 된 것 같습니다.” (히나) 밴드의 정체성은 ‘보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QWER의 보컬 시연은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팬 유입을 늘렸다.
특히 대학교 축제에서 “소리 질러!”라며 당차게 애드리브 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까지 웃음짓게 만든다.
혼자서 짧게는 3분 길게는 한시간 동안 노래하다 보니 목 관리는 필수란다.
“저는 목이 빨리 쉬는 편이에요.
그래서 컨디션 관리를 틈틈이 해주면서 최상의 목 관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애드리브도 하고, 관객들을 주도해 이끌어가는 게 정말 재미있거든요.
늘 ‘그날이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며 노래합니다.” (시연)귀여운 외모 탓에 ‘막내 같다’는 오해를 받는 리더 이자 맏언니 쵸단은 묵묵히 팀을 이끌고 있다.
이날 인터뷰 현장에서도 멤버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하고, 솔선수범해 대답했다.
그의 반전 매력은 여리여리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드럼 실력.
파워풀하게 스틱으로 드럼을 칠 때면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원래 무대공포증이 굉장히 심했어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팬들과 소통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무대를 두려워하니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작은 공연에서도 다리를 떨었던 제가 조금씩 성장했어요.
이제는 QWER을 오랫동안 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을 만큼요.” (쵸단) QWER은 올해로 데뷔한 지 3년 차다.
영향력은 ‘고인물’ 못지않다.
현재까지 발매한 앨범은 ‘디스코드 리믹스’ 버전을 제외하면 총 3개.
타이틀 곡은 발매 순서대로 ‘디스코드’ ‘고민중독’ ‘내 이름은 맑음’이다.
3곡 모두 국내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가장 최근에 발매한 ‘내 이름은 맑음’은 현재까지도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연차 높은 가수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힘든데, QWER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멤버들이 꼽은 비결은 “걸밴드” 그 자체에 있었다.
QWER은 “걸밴드에 대한 로망이 있으신 분들이 꽤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시기가 좋았다.
저희가 막 데뷔했을 당시에 ‘밴드 부흥’이 불었다.
이 두 가지가 접목하면서 시너지가 생긴 것 같다”며 “데뷔 초반만 해도 남성 팬 비율이 압도적이었는데, 최근엔 여성 팬분들도 많이 늘었다”고 이야기했다.
올 한 해 QWER은 팬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는 중이다.
지난달 25~26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첫 번째 팬 콘서트를 열었다.
데뷔 후 처음 진행하는 팬 콘서트임에도 불구하고, 티켓 오픈 1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이들은 대표곡 총망라는 물론, 팬들과 더욱 가까이서 호흡하기 위해 코너 구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멤버들은 “원래 곡들을 대부분 편곡해 색다른 게 재탄생했다.
‘KGMA’ 만큼이나 신경 썼던 것 같다”라며 “특히 한자리에 뭉쳐서 멋진 무대를 만들어준 스태프분들께 감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첫 팬 콘서트이다 보니 연습하는 동안 ‘울컥’하는 순간이 자주 왔다고 한다.마젠타는 “거짓말 안 하고, 멤버들 각 개인당 연습하면서 10번 정도는 운 것 같다.
꿈에만 그리던 팬 콘서트를 드디어 한다는 사실에 눈물이 나더라”며 “분해서 울 때도 있었다.
‘잘해야 하는데 더 잘해야 하는데’ 하면서 스스로 욕심을 냈다.
다행히 운만큼 잘 끝마친 것 같다”라고 시원하게 미소 지었다.
QWER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멤버들은 다음 앨범에 대해 “모든 멤버들이 작곡에 이름을 올리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작에서도 멤버들 모두 수록곡 작사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번엔 ‘작사’뿐만 아니라 ‘작곡’까지 도전하며 QWER만의 이야기를 강조하겠다는 포부다.
끝으로 QWER은 “QWER의 노래로 지구 정복을 하겠습니다!”라며 파이팅을 외쳤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