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일리뉴스=정상훈 기자] 2009년 개봉 당시 7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참패했던 영화 '김씨 표류기'가 2025년 1월 기준, 현재 네이버 관람객 평점 8.82점,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3%를 기록하며 꾸준한 재평가를 받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새로운 관객층을 만나며 '한국 영화사의 숨은 걸작'으로 자리매김한 이 작품은, 그 동안의 낮은 흥행 성적에도 불구하고 16년이 지난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영화는 50억 원이라는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손익분기점 200만 명에 한참 못 미친 누적 관객수 73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CG 작업에 많은 비용이 들어갔지만, 이해준 감독은 데뷔작 '천하장사 마돈나' 이후 또다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영화는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후 우연히 한강 밤섬에 표류하게 된 김성근(정재영)과 은둔형 외톨이 김정연(정려원)의 이야기를 그린다. 2억 원의 빚, 실직, 이별 등 삶의 무게에 짓눌린 남자와 얼굴의 상처로 세상과 단절된 여자가 와인병에 담긴 쪽지로 소통하며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졌다. 영화는 희망이라는 주제를 짜장면이라는 소재로 승화시키며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하지만 '김씨 표류기'는 잘못된 마케팅 전략으로 흥행에 실패한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5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만큼 고퀄리티 CG 작업과 세밀한 연출이 돋보였으나, 영화의 본질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포스터와 홍보물이 작품을 가벼운 코미디로 오인하게 만들었다. 또한, 영어 제목인 'Castaway on the Moon'은 톰 행크스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를 떠올리게 하여 관객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평가는 달랐다. IMDb에서 호평을 받으며, 외국 대학 강의 커리큘럼에 포함되기도 했다. 심지어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무용 작품이 제작되며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CJ LA지사는 할리우드 리메이크 판권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표류기'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다루며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결말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두 주인공의 앞날을 명확히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우리 사회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한 관객은 "갈수록 이런 영화 나오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며 "다양성과 작품성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16년이 지난 지금, '김씨 표류기'는 그 당시에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영화의 숨은 가치를 재조명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이해준 감독'은 2006년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로 데뷔한 후 독특한 연출과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작품은 종종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김씨 표류기'를 비롯해 '나의 독재자', '백두산' 등에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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