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일리뉴스=조수현기자]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제작 ㈜에이콤)가 30주년을 맞이했다. 작품은 1995년 초연 이후 한국을 넘어 뉴욕, 런던, LA 등 세계 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K-뮤지컬의 새 지평을 열었으며, 2025년에는 국내 누적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며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을 이끌고 있는 '명성황후'는 30여 년간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통해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작품은 매 시즌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변화를 꾀했으나, 그 중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혁신적인 무대 디자인이다.
# 국내 최초 ‘경사 이중 회전 무대’의 등장, 혼란 속에 휘말린 조선의 모습을 담아내다
1995년 초연 당시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경사 이중 회전 무대'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혁신적인 무대 디자인은 전통적인 궁중 재현 방식을 탈피하고 상징적 표현을 선택한 과감한 시도였다. 무대 디자이너 박동우는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이중 회전 무대를 통해 격변하는 시대적 상황과 국제 정세의 혼란 속에 휘말린 조선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특히, 검은 소용돌이 같은 이중 회전 무대와 붉은빛 조명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메타포는 작품의 상징성을 한층 강화했으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무대 기술의 도입은 한국 뮤지컬 제작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 브로드웨이도 극찬한 조립식 회전무대, 한국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다
1997년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코크 극장 진출을 앞두고 <명성황후>는 또 다른 기술적 혁신을 이루어냈다. 바다 건너로 무대를 그대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제작진은 기존 회전 무대와는 달리 무대 바닥에 바퀴를 설치하고 그 위에 회전판을 얹는 방식을 개발하여 처음으로 해외 무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는 "해외 공연을 위해서는 단시간에 설치와 철거가 가능하면서도 안정적인 회전 시스템이 필요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해당 시스템은 뉴욕 현지 스태프들조차 감탄할 정도로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베테랑 기술진들도 인정한 이 혁신적인 시스템은 단 이틀 만에 설치 가능한 효율성을 갖추어 이후 전 세계 순회공연의 기반이 되었다. 링컨센터 공연 당시 뉴욕타임스는 "한국 뮤지컬의 기술적 완성도에 놀랐다"는 평가를 남겼으며, 이는 한국 공연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 전통과 현대 기술의 완벽한 조화, 한층 현대적으로 해석한 20주년과 25주년
2015년 20주년을 맞은 '명성황후'는 전통과 현대 기술의 조화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제작진은 본격적으로 영상 프로젝션을 도입했으며, 이후 2021년 25주년 공연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LED 스크린을 적용했다.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는 "시대에 맞게 작품도 진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며 "LED의 활용으로 조명과의 간섭 없이 선명한 영상 구현이 가능해졌고, 기존의 다리 발과 기둥 발을 LED로 대체함으로써 다양한 공간 표현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은 이러한 기술적 혁신을 통해 20년 전과는 또 다른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전통과 현대 기술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내 새로운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다.
#아날로그적 감성과 영상 기술의 만남으로 완성된 ‘마스터피스‘ 30주년
2025년, 30주년을 맞은 '명성황후'는 1997년 뉴욕 버전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기반으로 하되 세련된 영상 기술을 절제 있게 활용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특히, 작화를 더욱 강렬하게 수정하고 전반적인 무대 장치의 완성도를 높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고전적이면서도 새로운 시즌으로 꼽히고 있다.
30년을 넘어 100년을 향해 달려가는 뮤지컬 '명성황후'는 여전히 계속해서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매 시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역대 공연 중 마스터피스로 꼽히는 이번 30주년 기념 공연에는 명성황후 역에 김소현, 신영숙, 차지연, 고종 역에 강필석, 손준호, 김주택, 홍계훈 역에 양준모, 박민성, 백형훈이 출연한다. 작품은 1월 21일(화)부터 3월 30일(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