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수프에 국경은 없지."
‘고로상’은 프랑스 골목의 어느 한적한 식당에서 어니언 수프를 한술 뜨고는 두 눈을 번쩍 뜬다. 수프(국물)는 세계 각국 요리에서 빠지지 않는 만국 공통 메뉴. 12년간 일본 전국을 누비며 다양한 맛을 음미하던 그가 이번에는 한국의 시원한 국물맛에 빠진다.
일본 TV도쿄 심야 드라마로 제작돼 12년간 방영된 장수 인기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가 영화로 제작됐다.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주연 겸 감독을 맡았다. 마츠시게는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에서 열린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언론시사회에서 "바다 건너 한국에서 영화를 상영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마츠시게는 캐주얼한 검은색 정장에 빨간 양말을 신고 무대에 올라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현장을 찾은 한국 취재진에게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 낫토 과자를 선물로 줬다. 최근 다양한 한국 콘텐츠에 출연하며 친숙한 행보를 보이는 그는 "일본보다 한국 젊은이들이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를 더 재밌게 봐주신다"며 "한국 거리에서 사랑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마츠시게는 부산의 건너편 섬인 후쿠오카에서 나고 자랐다. 그에게 한국은 심리적으로 도쿄보다 가까운 곳이었다. 영화에서 고로는 한국 남해의 작은 섬 남풍도에 표류하는데, 여기에 어릴 적 향수가 녹아있다. 그는 "어렸을 때는 명란이 후쿠오카 음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국에서 왔다는 걸 알았다"며 "일본에는 고추를 활용한 매운 요리가 없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내게 한국요리는 동경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극 중 핵심 식자재로 황태가 등장한다. 말린 명태인 황태는 일본 요리에서 찾아보긴 힘든 재료다. 고독한 미식가에는 실제 운영하는 음식점이 등장하지만, 영화에서 등장하는 황태해장국은 영화를 위해 독자적으로 국물을 만들었다. 실제 부산에서, 많은 양의 황태를 공수해 맛을 구현했다. 마츠시게는 "도쿄 긴자에 북엇국을 파는 가게가 있다. 황태라는 생선은 익숙하지만, 황탯국은 익숙하지 않아서 영화 식자재로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2012년부터 10개 시즌이 제작된 고독한 미식가는 안방을 넘어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난다. 단순한 미식 탐방에서 음식이 지닌 의미로 확장했다. 마츠시게는 "단순한 먹방은 아니다. 음식을 먹고 맛있다고 느끼는 표정, 그 잠깐의 공백이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배고픈 상태에서 작품을 촬영한다. 순간적으로 느끼는 맛에는 거짓이 없다. 그 맛있는 순간을 공유하고 싶다. 전 세계인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