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국가대표 선발전인 경찰청장기에서 실격 처분
내년 사격 국가대표, 올해 6개 대회 중 5개 대회 성적 반영해 선발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소총 금메달리스트 반효진(16·대구체고)이 머리카락 굵기 정도밖에 안 되는 0.4㎜ 때문에 실격했다.
반효진은 지난 4일 청주종합사격장에서 열린 경찰청장기 공기소총 여자 고등부 본선에서 실격 처분을 받았다.
실격 사유는 '사격 재킷 치수 규정 위반'이다.
소총 선수가 착용하는 사격 재킷은 비싼 건 한 벌에 수백만원까지 하는 고가다.
뻣뻣한 가죽 소재라 사격 재킷을 착용한 선수는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지만, 소총의 반동 충격을 흡수하고 최적의 사격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대한사격연맹은 선수에게 소총 다음으로 중요한 사격 재킷에 대해 소총 기술 규칙으로 엄격하게 규정을 정해놨다.
규정에 따르면 재킷 단추 중심으로부터 재킷 모서리까지 치수는 10㎝다.
여기에서 단 0.1㎜만 벗어나도 규정 위반으로 실격이다.
사격 재킷을 과도하게 조여서 몸을 지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경기가 끝난 뒤 무작위 검사 대상으로 지목된 반효진은 10㎝에서 단 0.4㎜가 초과했으나 규정에 따라 실격 통보를 받았다.
대회 당시 반효진이 착용한 사격 재킷은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할 당시 입었던 옷이다.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미세하게 치수가 변한 재킷을 입고 경기에 출전했다가 이번에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사실 0.4㎜ 정도는 경기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국제 대회에서 문제가 되는 걸 방지하고자 오히려 국내 대회에서 장비 치수 관련 규정은 훨씬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전 봉황기 대회에서는 0.2㎜ 초과로 실격한 선수도 있었다. 사격은 소수점으로 운명이 결정되는 종목인 만큼, 다른 규정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장기는 올해 6차례 치러지는 2025년도 국가대표 선발전 가운데 마지막 대회다.
내년 사격 국가대표는 올해 치르는 6개 대회 본선 성적 가운데 점수가 가장 낮은 1개를 제외한 5개 대회 성적을 반영해 선발한다.
반효진은 경우에 따라서는 0.4㎜ 때문에 태극 마크를 반납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그나마 앞선 5차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연달아 거둬서 실제로 대표 탈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앞선 5개 대회를 기준으로, 반효진 선수는 5명 안팎으로 선발 예정인 내년 여자 국가대표 순위에서 현재 3위를 달리고 있다"면서 "8일 공기소총 여자 대학부 경기가 끝나야 확정되겠지만, 5위 밖으로 밀려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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