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좌완 선발 겨냥해 좌타자 윤정빈 대신 우타자 김헌곤 투입
김헌곤, 연타석 투런포로 대승 견인…"홈런 생각하며 타격한 건 아니었다"
(대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은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2차전 LG 트윈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예상 밖의 라인업을 공개했다.
외야수 윤정빈(25) 대신 베테랑 김헌곤(35)을 선발 명단에 포함했다.
윤정빈은 전날 열린 PO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기에 박 감독의 결정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박진만 감독은 "선발 투수인 좌완 디트릭 엔스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좌투수를 상대로 좌타자 윤정빈이 아닌 우타자 김헌곤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해당 경기는 우천 취소됐고, LG는 선발 투수를 엔스에서 손주영으로 바꿨다.
손주영 역시 좌완이기 때문에 박진만 감독은 라인업을 바꾸지 않았다. 김헌곤을 밀어붙였다.
김헌곤은 15일 열린 PO 2차전에서 자신을 선택한 박진만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헌곤은 1회 첫 타석에서 우익수 뜬 공으로 물러났지만,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빗맞은 좌전 안타를 날렸다.
김헌곤은 1루에서 손주영의 견제에 잡혀 고개를 떨궜으나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한방'을 날렸다.
삼성은 3-1로 앞선 5회말 1사 1루 기회를 잡았고, LG는 손주영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우완 불펜 유영찬을 투입했다.
이후 삼성 후속 타자 김지찬은 외야 땅볼로 아웃됐다.
계속된 2사 1루에서 삼성 벤치는 김헌곤을 윤정빈으로 바꾸지 않았다.
윤정빈은 더그아웃에서 배트를 돌리며 대타 출전 의지를 밝혔으나 박진만 감독은 김헌곤을 다시 한번 믿었다.
김헌곤은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유영찬의 5구째 시속 133㎞의 낮은 슬라이더를 걷어 올렸고, 타구는 그대로 좌측 담을 넘어갔다.
김헌곤의 활약은 끝나지 않았다. 6-1로 앞선 7회말 무사 1루 기회에서 다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그는 LG 5번째 투수 김유영의 3구째 바깥쪽 직구를 밀어 쳐 오른쪽 담을 넘겼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김헌곤은 이날 홈런 2개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팀의 10-5 대승을 이끌었다.
2011년 삼성에 입단한 김헌곤은 가을야구와 거리가 멀었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13타수 1안타 타율 0.077로 부진했고, 2021년 두산 베어스와 PO에선 2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헌곤은 이날 프로 데뷔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친 데 이어 두 번째 홈런까지 신고하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헌곤은 '5회 오른손 투수 유영찬이 나왔을 때 교체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나'라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라며 "홈런을 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타격한 건 아니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참 기분 좋다"고 답했다.
이제 김헌곤은 상대 투수 유형과 관계없이 PO 3, 4차전에 선발 출전한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구자욱이 무릎을 다쳤기 때문에 김헌곤과 윤정빈을 모두 선발로 기용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헌곤은 "(PO 3, 4차전이 열리는) 서울 잠실구장에서도 똑같은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며 "구자욱이 부상으로 빠져서 마음이 아픈데, 똘똘 뭉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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