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시한 KS 1차전이 우천 중단에 이어 서스펜디드(일시정지) 경기가 선언되면서 하루 연기됐고, 이튿날(22일)도 우천 및 그라운드 사정으로 경기를 치를 수 없어 하루 더 밀렸다.
비가 갠 23일에야 경기가 재개돼 1차전은 꼬박 사흘이 걸렸다.
KIA 타이거즈는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S 1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5-1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은 21일 열린 1차전에서 6회 초 김헌곤의 솔로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으나,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23일 재개된 경기에서 역전패했다.경기는 이틀 전 중단됐던 6회 초 삼성의 무사 1·2루 찬스 상황에서 시작됐다.
KIA는 전상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영웅이 희생 번트를 시도했지만, 3루로 뛰던 2루 주자 르윈 디아즈가 잡혔다.
2사 만루 후에도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KIA는 7회 말 점수를 뒤집었다.
김선빈의 볼넷과 최원준의 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든 뒤 김태군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찬스를 잡았다.
그러자 삼성 투수 임창민의 연속 폭투로 2점을 내줬다.
KIA는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김도영의 적시타로 7회 총 4점을 뽑아냈다.
8회 말에는 김태군의 쐐기 적시타까지 터졌다.
KBO 포스트시즌(PS) 사상 초유의 서스펜디드 게임은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21일 경기 개시 30분 전인 오후 6시부터 비가 내렸다.
밤에도 비 예보가 계속돼 경기를 개시해도 중단될 확률이 높았다.
중간에 경기가 멈추면 양 팀은 선발 투수 카드 하나를 허비하는 셈이었다.PS를 주관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머뭇거렸다.
만원 관중(1만9000명)이 들어온 상황이라 우천순연을 결정하지 못했다.
빗줄기에 따라 대형 방수포를 네 번이나 깔았다 치웠다를 반복하며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1차전을 강행하겠다는 KBO의 의지가 엿보였다.
오후 7시 이후 빗줄기가 줄어들면서 KBO와 구장 관계자들은 경기 개시를 준비했다.
그러나 경기는 바로 열리지 않았다.
KS 사전 행사 때문이었다.
경기장 외야에 대형 태극기가 깔리고, 양 팀 선수들이 파울라인을 따라 도열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양 팀 선발 라인업을 발표하면서 선수들이 한 명씩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이후 허구연 KBO 총재와 어린이 팬들의 'KS 개시 선언'이 있었고, 김응용 전 해태 타이거즈 감독과 김성한 전 코치, 김종모 전 코치의 시구 행사가 이어진 뒤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 개시 시간은 오후 7시 36분.
행사를 위해 양 팀 선수들이 도열한 시각은 오후 7시 16분 경이었다.
꼬박 20분, 그것도 이날 중 가장 빗줄기가 약한 시간을 보낸 뒤였다.
KBO는 해당 행사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했으나, 한 이닝을 충분히 치를 만한 시간을 날려버렸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이날 삼성 선발 원태인은 기약 없는 개시를 기다리며 두 시간가량 밖에서 몸을 풀었다.
나머지 선수들도 상당한 비를 맞으며 경기해야 했다.
경기가 계속될수록 빗줄기는 계속 굵어졌다.
그래도 경기는 계속 진행됐다.결국 이 여파는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이어졌다.
6회 초 삼성이 김헌곤의 솔로 홈런으로 1-0으로 앞선 뒤 무사 1·2루 기회를 잡은 상황에서 중단됐다.
양 팀은 45분가량 기다렸지만,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됐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비가 예보돼 있었는데 왜 경기를 강행했는지 모르겠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를 맞으며 경기하면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서스펜디드 게임은 짧은 이닝(4이닝)을 하더라도 한 경기를 치르는 것 못잖은 부담이 있다.
박 감독은 "PS는 정규시즌과 달리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다.
(서스펜디드 게임에 이어 KS 2차전을 치르면) 더블헤더와 가까운 상황이다.
선수들에게 솔직히 미안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비 전문가인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도 본지와의 전화를 통해 비에 젖은 그라운드 상태를 우려했었다.
이 전 감독은 "(21일에는) 시간이 갈수록 그라운드가 젖는 게 보였다.
이렇게 되면 땅이 물러져 선수들이 발을 땅에 디딜 때 힘을 싣지 못한다.
부상 위험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며 경기 개시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광주-기아챔피언스필그 그라운드는 1차전 후 이튿날(22일) 그라운드 정비만 세 시간이 걸릴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했다.
21일 방수포를 걷고 강행한 탓이 크다.
23일 오전에는 구장 직원들이 오전 7시에 출근해 경기 직전까지 땅을 골랐다.
젖은 내야에 흙을 뿌려 땅을 다지고, 그 위에 또 흙을 뿌리는 일을 반복하며 경기를 할 수 있는 그라운드를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재개된 경기는 이틀 전과 다른 분위기였다.
6회에 양 팀 모두 다른 투수(KIA 전상현, 삼성 이승현)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틀 전 삼성의 기세가 비에 씻겨 내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광주=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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