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아픔 때문에 긴장했는데…징크스 깨고 우승해 기뻐"
(울산=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프로축구 울산 HD의 K리그1 3연패를 결정짓는 결승골을 폭발한 골잡이 주민규는 이제 울산이 과거의 '트라우마'는 잊은, '우승 DNA'를 갖춘 팀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민규는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K리그1 36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8분 2-0을 만드는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청용의 크로스를 받아 넣어 2경기 연속 골 맛을 본 주민규는 시즌 10호 골을 돌파했다.
울산이 후반 14분 강원 이상헌에게 한 골을 내주고 2-1로 이기면서 주민규의 골은 승리를 결정짓는 한 방이 됐다. 이로써 승점 3을 더한 울산은 K리그1 3년 연속 우승을 확정했다.
이후 만난 주민규는 "중요한 경기였는데, 선수와 감독, 코치진 모두 하나가 돼서 이길 수 있었다"면서 "골은 (이)청용이 형이 어시스트를 정말 잘 해줘서 넣을 수 있었다. 누가 있더라도 넣을 만한 기회를 만들어줘 고마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K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활약해오다가 올해 3월 '최고령' 타이틀과 함께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선발되며 선수 생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주민규는 7월 중순 이후 한동안 소속팀에서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골 침묵'이 3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마음고생이 적잖았는데, 지난달 27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35라운드에서 마침내 시즌 9호 골이 나오면서 털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팀이 가장 필요로 한 순간에 득점 본능을 발휘해 '우승 확정포'를 쐈다.
골이 나오지 않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길게 침묵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고 밝힌 주민규는 "감독님과 코치진, 동료들이 함께 해줬기에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다. 축구는 팀 스포츠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5년 전 그 일'을 같은 장소에서 극복하고 우승에 닿은 것은 골의 의미를 더 깊게 만든다.
문수축구경기장 보수 공사에 따라 울산이 '임시 안방'으로 쓴 울산종합운동장은 2019년 12월 1일 우승 트로피를 날린 악몽의 장소이기도 했다. 당시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던 울산은 포항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1-4로 대패하며 전북 현대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그때도 울산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주민규는 이후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가 지난해 돌아와 2년 연속 우승을 함께 했다.
주민규는 "2019년에 우승하지 못해서 아픔이 있었다. 두렵고, 트라우마가 있었다"면서 "(이)명재가 이번 경기를 앞두고 그때에 대해 얘기하길래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명재는 명재 스타일대로 웃으면서 견뎠는데, 전 진지한 편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면서 "'또, 설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만 그랬나 보다. 다른 선수들은 자신감이 다 있었더라"며 웃었다.
이어 주민규는 "징크스를 깨면서 우승해서 기쁘고, 이 팀은 강팀이라는 것을 느낀다"면서 "울산에 다시 온 것도 우승하기 위해서였다. 울산은 당연히 우승해야 하는 팀"이라고 힘줘 말했다.
주민규는 이제 울산이 '우승할 줄 아는 팀'이 됐다고 단언했다.
그는 "예전엔 울산이 중요한 경기에서 긴장 아닌 긴장을 하고 '잘못하면, 지면 어쩌나' 걱정하곤 했는데, 지금은 우승이 당연해졌다. 어떻게 하면 우승할 수 있는지, 어떻게 시즌을 치르면 되는지 아는 느낌"이라면서 "이게 '우승 DNA'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규는 별도로 발언 기회를 요청해 "우승했으니 우리 팀에서 베스트11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저는 안 뽑아주셔도 되니 주장으로 한 시즌 많은 역할을 한 김기희 형을 비롯해 우리 팀 선수들을 많이 뽑아달라"는 '깜짝 홍보'로 취재진을 웃게 하기도 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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