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훈 감독 "서울과 대결 책임감 들어…도전자 정신으로"
'안양 스토리' 잘 아는 선수들 "가장 열정적인 우리 팬들, 1부에 있어야"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내년 프로축구 K리그1로 승격하는 FC안양이 20년 전 안양 축구 팬들을 버리고 떠난 FC서울을 향해 칼을 갈고 있다.
안양은 지난 주말 열린 부천FC와 원정 경기(0-0 무승부)에서 구단 사상 첫 K리그2(2부) 우승과 승격을 확정했다.
2019년과 2021년, 2022년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승격 기회를 잡고도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올해 우승으로 당당히 '다이렉트 승격'을 이뤄낸 '3전 4기' 스토리 못지 않게 K리그1의 인기 구단 서울과의 '라이벌 구도'가 주목받는다.
안양은 '내 축구팀'을 잃은 안양 축구팬들의 눈물을 양분으로 2013년 창단한 시민구단이다.
LG 치타스가 지난 2004년 안양을 떠나 FC서울로 거듭나면서 안양 축구팬들은 하루아침에 팀을 잃었다.
안양 축구팬들은 굴하지 않았다. 팬들의 9년 노력에 안양시의 도움이 더해져 '시민구단' FC안양이 탄생했다.
중년의 안양 열성 팬들은 아직도 2004년을 떠올리며 치를 떤다.
안양은 내년 K리그1에서 FC서울과 최소 3번 대결한다. 안양 팬들이 그토록 기다려온, 절대 져선 안 될 매치업이다.
앞서 2017년 코리아컵(당시 FA컵) 32강전에서 안양과 서울의 첫 대결(안양 0-2 패)이 치러진 바 있으나 국내 최고 리그인 K리그1에서의 맞대결은 무게감과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유병훈 감독과 주장 이창용, 김동진이 참석한 가운데 안양의 우승 기념 기자회견이 열렸다.
안양에 오래 몸담은 유 감독은 서울전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는 "1부에서 서울을 홈으로 불러들인다는, 팬들과 모든 시민의 염원을 이루게 돼 기쁘다"면서 "한편으로는 무한한 책임감이 든다. 도전자 정신으로 임하겠다. 팬들과 시민의 마음을 담아 한 경기 정도는 꼭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시민구단이며 처음 1부 무대에 오르는 안양과 제시 린가드, 일류첸코 등 특급 외인 공격수에 국가대표급 국내 선수들까지 보유한 서울의 전력 차는 크다.
그러나 안양 측면 수비수 김동진은 "우리보다 팬들이 굉장히 기다릴 경기다. 이기기 위해 동계 훈련부터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주장' 이창용은 "김기동 서울 감독님의 기사를 봤는데, 안양에 대해 크게 상관 안 하시는 것 같더라"라면서 "우리도 서울전을 큰 비중을 두고 생각하며 준비하지는 않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창용과 김동진 모두 2022년 안양에 입단했다. 그런데도 안양 승격의 의미와 팬들의 팀을 향한 유별난 사랑을 잘 알고 있었다.
이창용은 "안양에 처음 오면, 프런트에서 안양이 어떻게 해서 창단됐고,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 역사가 담긴 영상을 보여준다. 그걸 보면서 마음이 뭔가 이상해졌다. 그 영상에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팬들로부터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굉장히 강하게 받는다. (올해 입단한) (김)다솔이 형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이 팀에서 (현역을) 마무리하고 싶다더라"라고 전했다.
김동진도 "팀이 팬을 만들고, 팬이 다시 팀을 만들다 보니 팬들이 선수들을 가깝게 느끼는 것 같다"면서 "이제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 팬들이 절대 선수들에게 욕하지 않는 안양만의 문화도 좋다"며 '팬 자랑'을 이어갔다.
그는 이어 "2부에서 수원 삼성 다음으로 안양 팬들이 열정적이다. 그리고 목소리 하나만큼은 안양이 수원 팬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팬들은 1부 리그에 있어야 할 분들"이라고 힘줘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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