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K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투어 최강자 장유빈을 따돌리고 우승한 이대한은 KPGA투어에 발을 디딘 지 15년 만에 처음 우승하는 감격을 누렸다.
2010년 KPGA투어에 데뷔한 1990년생 이대한은 이번이 134번째 출전 대회였다.
출전한 대회가 이렇게 적은 이유는 7년 공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루키 시즌 때 상금랭킹 82위에 그쳐 시드를 잃은 이대한은 2018년 복귀할 때까지 시드를 다시 따지 못했다.
군 복무 공백도 있었다.
2018년에 다시 KPGA투어에 돌아와서도 이대한의 무명 신세는 여전했다.
작년까지 6시즌 동안 2019년 상금랭킹 46위가 가장 좋았던 시즌 성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이대한에게 비로소 볕이 들기 시작했다.
KPGA 선수권대회 준우승으로 난생처음 주목받은 그는 시즌 최종전에서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적어내며 정상의 자리에 섰다.
이번 대회에서 이대한은 보기는 단 2개밖에 적어내지 않았고 버디 18개를 뽑아냈다. 3라운드 때는 홀인원의 행운도 누렸다.
하루만 반짝한 게 아니었고 특히 장유빈과 매치 플레이처럼 대결한 최종 라운드에서도 장유빈의 장타와 화려한 플레이에 주눅 드는 모습은 없었다.
이대한은 "골프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늘 골프를 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나는 비거리가 많이 나는 장타자도 아니고 평범한 선수"라는 이대한은 "열심히 노력하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내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나 같은 선수도 우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 나를 보고 용기를 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대한은 장유빈과 맞대결에서 "처음에는 아예 긴장도 안 됐다. 오히려 장유빈이 15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하고 내가 선두가 되자 긴장되더라"면서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즐겁게 경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막판 실수로 우승을 놓친 장유빈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느냐는 질문에 "내가 장유빈을 위로할 처지는 아닌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이대한은 이번 시즌에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마침내 첫 우승까지 따낼 수 있었던 비결로 빗자루처럼 생긴 브룸스틱 퍼터를 꼽았다.
약점이던 퍼팅이 한결 나아지면서 코스에서 자신 있게 경기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대한은 또 이번 대회에서는 캐디를 맡아준 아버지 이찬식(61)씨에게 공을 돌렸다.
전남 목포에서 상하수도 준설업을 하는 이 씨는 언더파 스코어를 칠만큼 골프 고수다. 이대한은 "아버님 회사 이름이 대한개발"이라며 웃었다.
이번 시즌에 딱 세 번 캐디를 맡았는데 KPGA 선수권대회 준우승과 이번 대회 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대한은 "아버님이 캐디를 하시면서 헛갈릴 때 조언해주시는 게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다만 그린에서 라인은 내가 직접 본다"고 설명했다.
이대한은 "그동안 대회 때마다 티오프하기 전에 선수 소개할 때 '몇승 누구'라고 하는데 나는 그냥 '이대한 선수'였다. 나만 우승이 없는 것 같아서 너무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2년 시드를 확보했으니 올겨울은 따뜻하게 보내게 됐다"는 이대한은 "최대한 투어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다. 우승도 더 하고 싶다. 5승, 10승까지 해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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