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인천은 승강제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K리그2로 강등되지 않은 유일한 시·도민구단이었다.특히 강등 위기에 몰릴 때마다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하면서 이른바 ‘잔류왕’이나 ‘생존왕’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올해만큼은 그 힘이 발휘되지 못했다.시즌 내내 하위권에 머무르던 인천은 5~7월 한때 9경기 연속 무승(5무 4패)의 늪에 빠졌고, 조성환 감독이 물러난 뒤 한 달 만에 부임한 최영근 감독도 끝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지 못했다.반면 대전은 승점 45(11승 12무 14패)를 기록, 10위 전북과 격차를 4점으로 벌리며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두 팀의 상황과 맞물려 경기 전 사령탑들의 의지도 결연했다.
최하위에 처진 인천은 다이렉트 강등을 피하기 위해선 반드시 승리가 절실했다.
잔류 마지노선이었던 대전은 이날 승리를 따내면 잔류 확정도 가능한 상황이었다.최영근 인천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이 눈물이 흘리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해줬다.
그동안 찰나의 고비를 못 넘겼기 때문에 올 시즌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
그 고비를 선수들이 잘 넘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며 “선 실점보다 선 득점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무고사와 제르소를 동시에 투입했다.
선수들이 더 담대하고 자신감 있게 경기를 할 수 있느냐, 아니면 압박감과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결국 스스로 무너지느냐의 차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황선홍 대전 감독은 “지긋지긋한 강등권 경쟁을 빨리 끝내고 싶다.
(지난 라운드) 인천-전북전이 아니라 오늘 경기가 멸망전 같다”며 “두 팀 모두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천은 지난 전북전과 반대의 경기 운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 잘못되면 우리도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
절박한 마음을 갖고 경기에 임할 것이다.
상대가 어떤 마음으로 나올지는 자명하다.
부담감이 강한 경기에서 얼마나 냉정함을 가지고 경기할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은 무고사를 중심으로 제르소와 김민석이 양 측면에 서는 3-4-3 전형을 가동했다.
민경현과 김도혁, 이명주, 홍시후가 미드필드진을 꾸렸다.
오반석과 김동민, 김연수는 수비라인을, 이범수는 골문을 각각 지켰다.
최근 문지환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던 3-5-2 전형 대신 전방에 더 무게를 두는 승부수를 던졌다.반면 대전은 최근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안정을 택했다.
김준범과 마사가 투톱을 이루고, 최건주와 윤도영이 양 측면에 서는 4-4-2 전형으로 맞섰다.
밥신과 이순민이 중원에 포진했고, 강윤성과 안톤, 김현우, 김문환이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는 이창근.먼저 기회를 잡은 건 대전이었다.
이창근 골키퍼의 롱킥이 윤도영의 슈팅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몸을 날린 인천 수비에 막혔다.
첫 기회를 놓친 인천이 곧바로 선제골을 넣었다.
역습 상황에서 최건주의 슈팅이 수비에 맞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흘렀다.
마사가 쇄도하며 마무리했다.궁지에 몰린 인천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전반 10분 김도혁의 프리킥 이후 무고사의 논스톱 슈팅이 나왔으나 대전 수비에 막혔다.
이어진 크로스 상황에서 나온 무고사의 헤더는 이창근의 선방에 가로막혔다.인천 서포터스석에서 전반 15분 만에 ‘정신 차려 인천’ 구호가 외쳐질 만큼 인천은 수비 집중력이 크게 흐트러졌다.
패스미스 등 실수가 잦았다.
마사의 침투패스를 받은 최건주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등 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전반 16분 대전이 추가 득점을 넣었다.
코너킥 후속 공격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땅볼 크로스가 인천 수비에 맞고 굴절돼 반대편으로 흘렀다.
안톤이 낮고 빠른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대전 입장에선 빠르게 승기를 잡는 골이자, 인천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리는 순간이었다.최영근 감독이 전반 20분 만에 교체 카드를 꺼냈다.
김민석과 홍시후를 빼고 문지환과 김보섭을 넣었다.
3-4-3 대신 문지환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는 3-5-2 전형으로 바꿨다.
최근 3-5-2 전형을 유지하다 이날 3-4-3 전형을 꺼내든 나름의 승부수가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인천이 차츰 안정을 찾고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24분엔 무고사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뒤 슈팅까지 연결했으나 이창근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대전도 빠른 역습을 통해 호시탐탐 3번째 골을 노렸다.
다만 역습 상황에서 찬 최건주의 절묘한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나 아쉬움을 삼켰고, 전반 42분 인천 김보섭이 찬 중거리 슈팅은 이번에도 이창근 선방에 막혔다.만회골을 위해 공세를 펼치던 인천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전반 추가시간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던 김보섭의 땅볼 크로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던 제르소가 왼발로 마무리했다.
경기장 열기도 뜨거워졌다.
인천의 공세가 뜨거워졌다.
측면 크로스가 민경현의 헤더로 연결됐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결국 전반은 대전의 2-1 리드로 끝났다.
슈팅 수는 인천이 11개, 대전은 6개.
대전은 하프타임 윤도영 대신 김승대를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인천은 김동민을 풀백으로 활용하는 포백 전술로 변화를 줬다.
문지환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고, 문전 대혼전 양상 끝에 찬 제르소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인천이 후반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다.후반 초반 수세에 몰리던 대전이 오히려 일격을 가했다.
역습 상황에서 마사의 침투패스가 김승대에게 연결됐고, 김승대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VAR)을 거쳐 오프사이드로 판정됐다.
두 팀과 팬들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렸다.위기를 넘긴 인천이 다시 볼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며 대전을 압박했다.
후반 첫 15분 점유율이 66%에 달했다.
후반 16분 프리킥 상황에서 무고사가 강윤성에게 밟혀 넘어졌지만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대전은 최건주 대신 김인균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고, 인천은 김도혁 대신 센터백 김건희를 최전방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대전이 결정적인 쐐기골 기회를 잡았다.
후반 30분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김승대의 땅볼 크로스를 김인균이 문전에서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찬 논스톱 슈팅은 그러나 크로스바 위로 벗어났다.
이에 질세라 인천도 김보섭의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동점골을 노렸으나 이창근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경기가 막판으로 향할수록 극적인 동점골을 노린 인천의 공세 속 대전이 역습을 통해 쐐기골을 노리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치열한 몸싸움을 불사한 두 팀은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맞섰다.
그러나 끝내 결실을 맺는 팀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인천의 1-2 패배로 막을 내렸다.
전북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천의 강등도 확정됐다.
인천=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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