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국 여자축구 간판 지소연(33·시애틀 레인)이 여자축구의 열악한 대회 환경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지소연은 지난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은 라커룸이 없는데도 당연하게 화장실이나 천막 아래에 들어가 그냥 옷을 갈아입는다"며 "우리 같은 '천막 탈의'는 외국이라면 난리가 날 일인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선수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지소연이 지적한 건 지난 8월 열린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다. 전국 61개 팀이 참여한 이 대회는 국내 여자축구대회 중 최대 규모다. 그러나 올해 대회에서는 탈의실이나 라커룸이 없어 선수들이 화장실이나 천막 아래에서 가림막도 없이 옷을 갈아입는 상황이 연출됐다. 처음에는 화장실이 탈의실로 쓰였으나 줄이 길어지자 지친 이들이 천막으로 향한 것이다. 이에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도 지난 8월 9일 '폭염 속 최대 규모 대회에 나선 여자 선수들, 사람들이 있는 데서도 옷 갈아입어야'라는 제목의 글로 열악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지적했다.
지소연은 "우리나라에서는 다들 여자축구가 '안 될 사업'이라 하지만 '해볼 만한 사업'으로 인식을 바꾸고 싶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다들 여자축구에 너무 관심이 없는 게 근본적 문제"라며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런 인식 자체부터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소연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선수협)는 열악한 여자 선수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자체 시상식'을 열 계획이다. 선수협은 14일 오후 1시 강남구 더 리버사이드 호텔 노벨라홀에서 열리는 2024시즌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시상식을 통해 베스트 11, 최우수선수(MVP) 등을 선정한다.
2011년 18세 나이로 일본 고베 레오네사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2014년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잉글랜드여자수퍼리그(WSL)에 진출했다. 첼시 위민FC 소속으로 8시즌을 뛰며 6차례 WSL 정상에 올랐고 FA컵 우승도 4차례 차지했다. 지소연은 이후 2022년 5월 국내 WK리그 수원FC로 전격 이적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A매치 154경기에서 69골을 넣으며 한국 남녀 국가대표를 통틀어 최다 경기 출장, 최다 득점 기록을 썼다. 올해에는 세계 최고의 무대로 손꼽히는 미국여자프로축구(NWSL) 시애틀 레인FC에 입단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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