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호주와 같은 조에 속한 야구대표팀은 슈퍼라운드(4강) 진출을 목표로 1차전 대만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전날 맞대결에서 3-6으로 패해 초비상이 걸렸다.
쿠바전마저 패한다면 벼랑 끝에 몰릴 수 있었다.쿠바 선발 투수가 왼손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라는 점에서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다.
모이넬로는 일본 프로야구(NPB)를 대표하는 에이스.
올 시즌 25경기에 등판, 11승 5패 평균자책점 1.88(163이닝 155탈삼진)을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퍼시픽리그 선발 투수 12명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2위 타케우치 나츠키 2.17)을 지켰다.
하지만 모이넬로는 예상보다 부진했다.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6실점.
철옹성에 가까운 그를 무너트린 일등 공신은 3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도영(4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이었다.
김도영은 2-0으로 앞선 2회 말 2사 만루 찬스에서 모이넬로 상대 좌월 만루 홈런을 때려냈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상단으로 향한 모이넬로의 초구를 힘으로 잡아당겼다.
타격 직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야구대표팀은 2회 2사 후 안타 3개와 사사구 2개, 도루 2개를 묶어 2점을 뽑았는데 김도영의 홈런까지 터져 초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김도영은 5회 세 번째 타석에선 우익수 방면 2루타로 멀티 장타를 해냈다.
상대 수비가 느슨한 틈을 타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상황 판단이 돋보였다.
7회 네 번째 타석에선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까지 책임졌다.김도영의 활약은 '수비'에서도 돋보였다.
2회 초 2사 후 야디어 드레이크의 3루수 방면 타구를 제자리 점프 캐치로 처리했다.
4회 초 1사 1·2루 위기에선 드레이크의 3루 땅볼 때 3루를 먼저 밟고 1루로 던져 매끄럽게 병살타로 연결했다.
압권은 5회 초였다.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월터스의 3루수 강습 타구를 다이렉트로 잡아낸 것.
머리 방향으로 향한 까다로운 타구였는데 김도영은 꿈쩍하지 않았다.
호수비로 아웃카운트를 하나 올린 야구대표팀은 후속타를 불발로 처리,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김도영은 올 시즌 리그 최우수선수(MVP)가 유력한 라이징 스타.
지난 4월 리그 사상 첫 월간 10홈런-10도루 달성을 시작으로 역대 5번째 전반기 20-20 클럽,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30-30 클럽, 역대 최연소 선점·최소 경기 100득점, 역대 두 번째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단타부터 홈런까지 차례로 때려내는 기록) 등을 해내며 KIA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렸는데 명불허전이다.
대회 전 "지금 구자욱(삼성 라이온즈)도 없고, 노시환(한화 이글스)도 없고 김혜성(키움 히어로즈)도 없다.
김도영이 대표팀의 중심이 돼야 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잘해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한 류중일 감독의 기대대로였다.
조별리그 1승 1패를 기록한 야구대표팀은 15일 숙적 일본을 상대한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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