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체육회장 '비위 혐의-직무 정지'에도 3선 도전 승인
정몽규 축구협회장 4선 도전 승인 요청 시 무난한 통과 예상
평가지표 항목 조정이나 외부 심사 등 통해 객관성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위원장 김병철)가 비위 혐의로 직무 정지를 당한 이기흥 체육회장의 3선 도전을 승인하면서 공정위 평가의 객관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2일 열렸던 스포츠공정위 전체 회의 때 이기흥 회장이 채용 비리 등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르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 정지' 통보받았음에도 이런 내용은 사실상 3선 승인 여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 4일 공정위 소위 1차 심사 때 자체 채점에서 기준 점수(60점)를 크게 웃돌아 전체 회의에서도 3선 도전이 승인될 것으로 점쳐졌다.
문제는 공정위가 3선 인상 연임을 승인할 때 기준으로 삼고 있는 평가 지표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정량평가와 위원들이 자체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정성평가가 50대 50 비율이다.
정량 평가(50점)에서는 ▲ 국제기구 임원 진출(10점) ▲ 재정 기여도(10점) ▲ 단체 운영 건전성(10점) ▲ 이사회 참석률(10점) ▲ 포상 여부(5점) ▲ 징계 및 개인 범죄사실 여부(5점) 등이 구성돼 있다.
또 정성평가(총 50점) 항목으로는 ▲ 국제기구 임원 당선을 위한 노력 및 가능성(20점) ▲ 종목·지역 체육 발전 비전 제시(10점) ▲ 재임 기간 중 공헌(10점) ▲ 임원으로서의 윤리성, 청렴도 제고 방안(10점) 등이다.
국제기구 임원으로 활동할 경우 정량평가에서 10점, 정성평가에서 20점 등 승인 통과 점수의 절반(30점)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여기에다 이사회 참석률(10점), 포상 여부(5점), 징계 및 개인범죄 사실 여부(5점) 등은 임원의 경우 20점을 챙길 수 있어 각각 10점이 배정된 재정 기여도와 단체 운영 건전성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면 60점을 가볍게 넘길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기흥 회장이 비위 혐의와 직무정지 악재에도 '현직 IOC 위원 프리미엄'으로 공정위로부터 3선 승인을 받은 게 대표적 사례다.
'4선 도전' 승인을 체육회에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현행 공정위 평가지표로는 통과가 유력하다.
지난 5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선출된 정몽규 회장이 AFC 산하 '회원협회위원회'(Associations Committee) 부위원장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3선에 도전했던 4년 전 공정위로부터 100점 만점에 무려 96점을 받아 승인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평가지표가 체육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2일 전체 회의 심의 때 3선 도전 신청이 '부결'된 권기선 대한국학기공협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권 회장은 2016년 국학기공협회 초대 회장에 올라 2020년 연임에 성공했고, 국학기공 인구 저변 확대와 국민건강 증진에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국제기구 임원 관련 항목에 점수가 치중된 현재 공정위 평가지표의 벽을 넘지 못해 권 회장은 체육회에 재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특히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되면서 체육회 정회원이 된 국학기공은 동호인들 중심으로 '저비용 고효율'의 모범적 사례로 꼽히지만, 이런 부분은 공정위원들의 판단 기준에는 들어 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의 심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체육단체장이 연임하는 경우 '3선' 이상부터는 체육회 산하 기구가 아닌 외부 기관에서 심사받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일명 '이기흥 방지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공정위 구성원을 체육회장이 문체부와 협의를 거쳐 임명하는 만큼 '셀프 심사'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체육회가 공정위 심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외부 비판을 수용해 평가지표 항목 조정이나 외부 심사 등 개선에 나설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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