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난 14일 구단을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2004년 1차 지명을 받고 두산에 입단한 그는 원클럽맨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전성기 시절 김재호를 팬들은 '천재 유격수'라고 불렀다.
그는 LG 트윈스 오지환,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김하성처럼 역동적인 수비나 뛰어난 장타력을 보여주진 않았다.
하지만 빠른 타구 판단과 안정적인 수비, 노련한 팀 배팅으로 팀이 7년 연속(2015~2021년) 한국시리즈(KS)에 오르고 세 번의 우승을 거두는 주역이 됐다.견실하게 뛴 김재호는 가장 오래 두산을 지킨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21년 동안 1793경기에 출장한 그는 안경현(1716경기)을 제치고 원년(OB 베어스로 창단)부터 이어진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김재호가 은퇴를 결정한 건 기량이 떨어져서는 아니다.
그는 마흔을 앞둔 올해에도 57경기 타율 0.302 OPS(출루율+장타율) 0.760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타율 0.283을 치며 상위 타선에서 활약했다.
그라운드를 떠나는 건 후배들을 위해서다.
김재호는 본지와 통화에서 "아무래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또 다른 후배가 출전 기회를 못 받게 된다"라고 밝혔다.올 시즌 두산의 상위 타선은 정수빈·허경민, 양의지·김재환·양석환 등이 지켰다.
베테랑이 주축인 두산 타선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모두 무득점에 그쳤다.
김재호는 "두산이 다른 팀에 비해 평균 나이가 좀 많지 않나.
우리 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내가 떠나면 또 누군가가 나타날 것이고, 그 선수가 클 수 있다.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경쟁하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더 후련하게 떠날 수 있었다.
김재호는 "지난 2020시즌 후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로 계약한 뒤 부진한 시기가 있었다.
여러모로 팬들께 죄송했고, 팀에도 미안했다"고 떠올렸다.
2016시즌 후 4년 50억원 계약을 맺었던 그는 4년 동안 타율 0.290 OPS 0.780으로 활약했다.
계약 만료 후 두산과 3년 25억원에 재계약했지만, 이후 2년간은 타율 0.212로 부진했다.
김재호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 왔다.
(주위에서 떠나는 걸) 아쉽다고 느낄 때 은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두산은 김재호가 떠난 내야를 완전히 재조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전 3루수 허경민도 KT 위즈로 이적해 남은 주전 내야수는 양석환·강승호뿐이다.
타격은 준수해도 수비가 여전히 불안한 이들이다.
유격수와 3루수 자리에 박준영·전민재·이유찬·여동건 등 젊은 선수들이 하루빨리 성장하기를 두산은 바라고 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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