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가 된 엄상백(28)과 심우준(29)을 한화 이글스로 떠나 보낸 KT는 보상 선수로 투수 한승주(23)와 외야수 장진혁(31)을 지명하며 '가려운 곳'을 긁었다.
한화의 허를 찌른 선택이었다.
한화는 FA 등급이 B등급인 엄상백과 심우준을 영입하면서 KT에 보상선수를 내줘야 했다.
보호선수 25인의 명단을 짜서 KT에 전달했다.
한화는 KT의 내야진을 눈여겨봤다.
심우준이 빠진 내야진의 연령대가 높은 데다 선수층이 얇아 KT가 내야수를 원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화가 보상선수 명단을 짤 때 내야수들을 꽁꽁 묶은 이유였다.
하지만 KT의 선택은 의외였다.
먼저 심우준의 보상선수로 투수 한승주를 선택했다.
한승주는 올겨울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가 이미 결정돼 있었다.
한화도 이를 염두에 두고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했다.
그러나 KT는 미래를 봤다.
내후년 제대 후 마운드에 도움을 줄 거라고 판단해 한승주를 지명했다.
엄상백의 보상선수로는 외야수 장진혁을 지명했다.
장진혁은 올해 한화에서 가장 많은 중견수 수비 이닝(562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한 주전 중견수였다.
하지만 한화가 보호선수 명단을 내야진에만 집중하면서 장진혁이 풀렸고, KT가 즉시 전력감 외야수인 그를 품었다.
KT의 구도를 봤을 때 탁월한 선택이었다.
KT는 외야진 선수층이 얇다.
배정대(올해 선발 110경기)와 멜 로하스 주니어(선발 135경기), 김민혁(선발 87경기) 등 주전은 확실한 편이다.
그러나 백업과의 격차가 크다.
백업 선수 중 가장 많이 선발 출전한 외야수 조용호의 선발 출전 경기가 37경기에 불과했다.정준영과 안현민 등 KT의 젊은 외야수들이 출전 기회를 받았으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여기에 조용호와 홍현빈이 시즌 후 방출되면서 외야진의 선수층은 더 얇아졌다.
나도현 KT 단장은 "선수층 강화를 위한 영입"이라며 이번 지명에 만족해했다.
KT는 이번 FA 시장에서 다소 조용하다.
내부 FA 투수 우규민을 잔류시켰고, 외부 FA는 심우준 이탈로 가동한 '플랜B' 허경민 영입이 전부였다.
하지만 선발 자원 오원석을 트레이드로 영입하고 방출 선수 불펜 최동환을 영입했다.
여기에 허를 찌른 보상선수 지명으로 '가려운 곳'까지 긁으면서 선수층을 쏠쏠하게 살찌웠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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