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시선] 성적·세대교체 명분 다 놓친 야구 대표팀
    안희수 기자
    입력 2024.11.21 07:44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달 11일 발표한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 소집 인원(35명)에 '30대 중반' 포수 박동원(34)을 포함했다.

9월 중순 발표된 예비 명단(60명)에 없던 선수였기 때문에 의아했다.

박동원은 2023시즌 LG 트윈스의 통합 우승을 이끈 KBO리그 정상급 포수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 선발 기조에 어울리는 선수로 보긴 어려웠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에 탈락한 한국 야구는 세대교체 필요성을 절감하며 젊은 선수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부여하기로 했다.

2026 WBC,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였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AG)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선 젊은 포수 김형준(25·NC 다이노스)이 주전을 맡았다.

일본은 그동안 AG에 사회인 야구 선수를 파견했고, APBC는 원래 나이(24세)와 연차(입단 3년 차) 제한이 있다.

상대적으로 야구 강국이 많이 출전하는 프리미어12는 김형준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2025년에는 굵직한 국제대회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표팀 '차기' 주전 포수 김형준은 프리미어12에서 경험을 쌓아야 했다.

한국은 다섯 경기로 이번 프리미어12를 마쳤다.

대만과 일본에 패하는 등 전적 3승 2패로 3위에 그쳐 슈퍼라운드(4강) 진출에 실패했다.

김형준은 박동원에 밀려 3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한국의 슈퍼라운드 진출 탈락이 결정된 18일 호주전만 선발 출전했다.

박동원은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뽑혔지만, KBO리그에서 1286경기를 소화한 베테랑답게 맹활약했다.

13일 대만전에선 적시타를 쳤고, 15일 일본전에선 홈런을 때려냈다.

그를 발탁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려는 KBO 전력강화위원회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박동원을 일찌감치 2026 WBC 주전 포수로 낙점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보다 경험이 더 많은 포수는 여전히 리그에 많고, 1년 뒤 어떤 포수가 가장 빼어난 기량을 보여줄지 장담할 수 없다.

애초에 박동원은 경험을 부여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은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성적이라는 실리와 세대교체라는 명분 모두 잡지 못했다.

부상·기초군사훈련 소화 등 여러 변수로 주축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지 못했지만, 일본과의 격차는 벌어지고 대만과는 좁혀진 걸 명백히 확인했다.

젊은 선수들을 많이 뽑긴 했지만, 포수·선발 투수처럼 반드시 경험을 부여해야 할 보직에는 30대 선수들을 발탁해 기용하며 젊은 선수가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지웠다.

프리미어12는 KBO리그가 2024 정규시즌 역대 최초 10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야구 인기가 치솟은 상황에서 맞이한 국제대회였다.

KBO 전력강화위원회와 대표팀 코칭스태프 모두 성적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방향성이 모호해졌다.

세대교체와 충돌되는 지점이다.

다가올 WBC와 올림픽에 최정예 대표팀을 구성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프리미어12는 그 과정에 있는 대회다.

하지만 얻는 게 거의 없었다.

안희수 기자

    #프리미어
    #김형준
    #박동원
    #세대교체
    #명분
    #성적
    #야구
    #대표
    #시선
    #경험
이 기사, 어떠셨나요?
  • 기뻐요
  • 기뻐요
  • 0
  • 응원해요
  • 응원해요
  • 0
  • 실망이에요
  • 실망이에요
  • 0
  • 슬퍼요
  • 슬퍼요
  • 0
댓글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0/500
스포츠 주요뉴스
  • 1
  • 울산 HD, 성대한 K리그1 우승 파티…"3연패 해도 안 익숙하네!"
  • 울산 HD, 성대한 K리그1 우승 파티…"3연패 해도 안 익숙하네!"
  • 2
  • 이현중과 반가운 인사…호주 프롤링 "한국보다 점수 더 낼 것"
  • 이현중과 반가운 인사…호주 프롤링 "한국보다 점수 더 낼 것"
  • 3
  • '야말 결장·카사도 퇴장' 바르사, 시즌 첫 2경기 연속 무승
  • '야말 결장·카사도 퇴장' 바르사, 시즌 첫 2경기 연속 무승
  • 4
  • ‘PO 전문가’ 김도균 감독 “긴장 안 된다”…오스마르 “배고픈 모습 보여줘야”
  • ‘PO 전문가’ 김도균 감독 “긴장 안 된다”…오스마르 “배고픈 모습 보여줘야”
  • 5
  • 프로야구 한화와 재계약한 와이스 아내, 한국어로 "신나요" 인사
  • 프로야구 한화와 재계약한 와이스 아내, 한국어로 "신나요" 인사
  • 6
  • 양 팀 합쳐 3점슛만 22개 터졌다…우리은행, 신한은행 꺾고 3연승 행진
  • 양 팀 합쳐 3점슛만 22개 터졌다…우리은행, 신한은행 꺾고 3연승 행진
  • 7
  • '헝가리 귀화' 김민석, 월드컵 복귀전서 이틀 연속 2부리그 1위
  • '헝가리 귀화' 김민석, 월드컵 복귀전서 이틀 연속 2부리그 1위
  • 8
  • 김다빈·정효주, 실업테니스연맹전 3차 대회 여자 복식 우승
  • 김다빈·정효주, 실업테니스연맹전 3차 대회 여자 복식 우승
  • 9
  • KBO 수비상 발표…투수 하트, 외야수 에레디아·정수빈·홍창기
  • KBO 수비상 발표…투수 하트, 외야수 에레디아·정수빈·홍창기
  • 10
  • '손흥민 도움' 토트넘, 4-0 대승…과르디올라의 맨시티 첫 5연패
  • '손흥민 도움' 토트넘, 4-0 대승…과르디올라의 맨시티 첫 5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