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삼아 호주전서는 좋은 경기…제공권 위해서는 귀화선수가 정답"
(고양=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진땀승을 거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24일 호주전에서는 성급한 마음에서 나온 잔 실수를 줄여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21일 경기도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86-78로 꺾었다.
FIBA 랭킹 53위 한국은 77위 인도네시아에 낙승을 거둘 걸로 예상됐지만 경기 초반부터 공격 작업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은 탓에 힘든 싸움을 펼쳤다.
4쿼터 중반에서야 이현중과 안영준이 이날 각자 첫 번째 외곽포를 연달아 성공해 전세를 역전하고 종료 4분 11초 전 안영준의 3점포로 9점 차를 만든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추격을 겨우 뿌리치고 승리를 지켜냈다.
안준호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플레이가 앞서야 하는데, 12명 선수 모두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그래서 시종일관 끌려다닌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안 감독은 "이런 경기는 분위기가 처음부터 상대에 넘어가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데, 다행히 마지막에 팀이 하나가 돼서 역전했다는 데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정돈해서 호주전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안준호 감독은 이날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보여준 존 디펜스는 사실 호주전을 대비한 예행연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종현(정관장)이 장신이고, 상대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단신이라 이종현이 맨투맨을 하는 것보다는 존 디펜스가 유리하다고 봤다"며 "호주전엔 존 디펜스를 많이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24.3%에 불과한 3점슛 성공률에 대해서는 "대표팀 경기 중 가장 낮은 수치일 거다. 좋은 찬스에서 선택을 잘 못했다는 것"이라며 "호주전에서는 볼을 원활하게 공급해 더 좋은 찬스를 만들고 3점슛 성공률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경기 초반부터 공격 작업이 정돈되지 않은 이유는 벤치가 경기 운영이 미숙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의가 나왔다.
이에 안준호 감독은 "인도네시아는 우리보다 약팀이고, 호주전을 대비해 장신도 활용하면서 전략 전술을 시험해본다는 생각이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여유 있는 게임을 해야 했는데 끌려가다 보니 찬스를 놓친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은 이날 스틸로 공격권을 빼앗고도 속공에서 여러 차례 실책을 저질렀고, 지공에서도 픽앤롤 플레이에서 어이없는 패스 실수를 연발했다.
안 감독은 "게임이 예상과 반대로 흘러가니 선수들의 마음이 급해졌다"고 설명하며 "벤치에서도 그럴수록 선수들에게 안정을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늘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호주전에서는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중(일라와라)의 활용법에 대해서는 "이현중은 기동력도 있어서 3번 포지션에 적합하지만 때론 2번을 맡기도 하고, 수비에서는 4번도 한다"며 "지금 선수 구성상으로는 3∼4번을 넘나드는 포지션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이현중(12점 11리바운드)은 3점포 11개 중 1개만 성공해 아쉬움을 남겼다.
안 감독은 "그래서 오늘 혼란이 왔을지도 모르겠다"며 이날 기대치에 못 미친 이현중을 감싼 뒤 "이현중은 '토털 바스켓볼'로 리바운드도, 수비도 참여해야 한다. 평범한 플레이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규(DB), 하윤기(kt) 등이 빠져 대표팀 제공권이 약해졌다는 안준호 감독은 "호주전에서 제공권을 얼마나 가져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제공권이 중요하다는 안 감독은 사실상 귀화선수가 "정답"이라고 말했다.
안 감독은 "나라마다 귀화선수 한 명씩은 있고, 동남아에도 있다"며 "귀화선수가 가장 급하다. 귀화선수가 있다면 제공권을 비롯해 다른 부분에서도 국내 선수들에게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영준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이 준비했는데 다 보여주지 못했다"며 "초반에 슛이 잘 안 들어가면서 오펜스가 뻑뻑했다"고 돌아봤다.
"잘못된 점은 고치고 잘된 점은 살리겠다"는 안영준은 "동료들과 더 소통해서 호주전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인도네시아의 요하니스 위나르 감독은 "한국이 빠른 템포로 공격할 거라고 예상했다. 처음엔 잘 컨트롤했지만 결과적으로 공격 리바운드를 많이 빼앗긴 게 패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한국이 지역 수비를 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전에도 존 디펜스를 서는 걸 못 봐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날 27점 7리바운드로 양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인도네시아의 귀화 선수 제롬 앤서니 빈주니어를 향해서는 "귀화선수로서 국내 선수를 독려하며 이끌어갔다는 점에서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빈주니어는 "한국은 아시아 최고의 팀 중 하나인데, 처음엔 에너지가 좋았지만 나중엔 한국에 공격 리바운드를 많이 내줬다"고 말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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