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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서 '100개' 채운 박주영 "청용이 크로스 기막혔다"(종합)
    안홍석 기자
    입력 2024.11.23 18:04

올 시즌 끝으로 은퇴 예고…울산 최종전서 1골 1도움 폭발

쐐기골 도운 이청용 "승부사 주영이 형 덕에 행복한 하루"

박주영 골 환호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울산 HD와 수원FC의 경기에서 울산 박주영이 팀의 네 번째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2024.11.23 yongtae@yna.co.kr

(울산=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우승 세리머니 하는 날에 저를 넣어주시는 과감한 결단을 해주신 코치진에 감사합니다."

마지막이 될 K리그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폭발하며 '완벽한 엔딩'을 연출한 박주영(울산)은 기회를 준 김판곤 감독 등 코치진에 고마워했다.

울산은 2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파이널A 마지막 38라운드 홈 경기에서 수원FC에 4-2로 이겼다.

이미 리그 3연패를 달성한 울산은 홈에서 성대한 우승 파티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원FC는 만만치 않았다. 아시아 무대에 서려면 순위를 끌어올려야 했던 수원FC는 후반 중반까지 2-2로 팽팽하게 맞섰다.

김판곤 울산 감독은 후반 28분 박주영을 투입했다.

플레잉 코치로 울산에 몸담아온 박주영은 올해를 끝으로 은퇴가 예고된 터였다.

박주영 '골이다'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울산 HD와 수원FC의 경기에서 울산 박주영이 팀의 네 번째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2024.11.23 yongtae@yna.co.kr

김 감독은 경기 내용과 상관없이 박주영에게 후반전 15분 정도 뛸 기회를 주려고 했다. 홈 팬들 앞에서 마지막 리그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박주영의 활약은 눈부셨다.

후반 28분 교체 투입된 박주영은 후반 39분 골 지역 왼쪽에서 정면의 아타루에게 패스해 3-2 결승골을 도왔다.

이어 후반 44분에는 왼쪽에서 이청용이 올린 크로스를 골대 오른쪽에서 슬라이딩하며 슈팅으로 마무리해 득점, 4-2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울산은 물론 박주영 자신에게도 완벽한 엔딩이었다.

박주영은 이날 경기 전까지 공격포인트 99개(76골 23어시스트)를 기록 중이었다. 그의 공격포인트 기록은 FC서울에서 뛰던 2020년 이후 멈춰있었다.

자신의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공격포인트 100개를 채우고 77번째 골도 넣은 박주영이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박주영은 "나도 공격포인트를 올릴 거라고 생각은 못 했다. 그저 선수들과 마지막으로 볼 한 번 재미나게 차고 마무리하고 싶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다"면서 "청용이가 기가 막히게 크로스를 올려줘서 득점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골 합작한 박주영-이청용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울산 HD와 수원FC의 경기에서 울산 박주영이 팀의 네 번째 골을 넣고 이청용과 기뻐하고 있다. 2024.11.23 yongtae@yna.co.kr

박주영은 아타루의 득점을 어시스트한 장면을 두고는 "사실 슈팅하고 싶기는 했는데, 슈팅하면 안 들어갔을 것 같다. 아타루가 잘 마무리해줬다"며 웃었다.

이청용은 신인 시절 FC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은, 각별한 사이다. 박주영은 2005년, 이청용은 2004년 서울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박주영은 "청용이하고는 어릴 때부터 함께 볼을 찬 사이다.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말을 나눴다"고 전했다.

'적장'으로 만난 김은중 수원FC 감독도 박주영의 축구 인생에 기억에 남을 이름이다.

박주영의 K리그 데뷔골을 김은중 감독이 어시스트했다.

골 넣고 포효하는 박주영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울산 HD와 수원FC의 경기에서 울산 박주영이 팀의 네 번째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2024.11.23 yongtae@yna.co.kr

박주영은 "경기 끝나고 은중이형, 아니 김 감독님이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셔서 고맙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연락 주시면 제가 밥을 사드려야 한다"며 웃었다.

K리그는 끝났지만, 올해 울산의 경기 일정이 다 끝난 건 아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가 두 차례나 남아있고, 코리아컵 결승전도 치러야 한다.

박주영은 아직 울산에서 할 일이 남은 만큼, '은퇴'라는 단어를 직접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정말 은퇴하는 것 맞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연스럽게 (은퇴)하고 싶다. 내가 안 보이면 은퇴한 거 아닐까?"라고 답했다.

앞서 기자회견을 한 김 감독은 "박주영이 더 뛰겠다고 우길 거 같아서 걱정"이라고 농담한 뒤 "15분 안에 공격포인트 해결하라고 했는데, 더 잘했다. 더할 나위 없다. 우리나라 대표팀, K리그의 레전드다운, 가장 아름다운 엔딩"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주영을 위한 조연 역할을 확실하게 해준 이청용은 "주영이 형이 마지막 경기에서 도움이든 골이든 서로 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상상만 했는데, 그 꿈이 현실이 됐다"면서 "득점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주영이 형은 역시나 승부사다운 결정력을 보여줬다. 주영이 형 덕에 행복한 하루"라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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