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많이 실망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8월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2024 파리 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을 딴 직후 나온 '배드민턴 퀸' 안세영(삼성생명)의 이 말은 체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줄곧 무릎이 좋지 않았던 안세영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표팀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고, 이후 기자회견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직격했다.
안세영은 경기장 발언 이후 몇 시간 뒤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대표팀 훈련과 선수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하며, 협회의 의사 결정이 일방적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한 종목의 '1인자'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자마자 내놓은 '작심 발언'은 배드민턴뿐만 아니라 체육계 전체를 발칵 뒤집어놨고 고질적인 문제들을 되짚는 계기가 됐다.
배드민턴협회와 더불어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불발과 국가대표팀 내홍, 대표팀 감독 선임 등으로 비판받은 대한축구협회가 중심에 섰고, 국회에선 이들 협회를 중심으로 한 체육계 부조리를 다루는 현안 질의가 9월 열리기도 했다.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체육계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대한체육회나 경기 단체가 선수를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 화두는 체육계에 대한 개혁 요구로 이어졌다.
국회를 비롯한 외부에선 체육계가 부당한 관행, 조직 사유화 등으로 시대에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안세영의 발언을 계기로 조사를 진행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에 나섰다.
비(非) 국가대표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 폐지, 경기력과 직결되는 용품에 대한 선수 결정권 존중 등의 시정명령 조처를 내렸고, 국가대표 선수의 복종을 규정한 협회 규정도 폐지를 권고했다.
단·복식 특성에 맞는 훈련을 위해 대표팀 코치진도 늘리기로 했다.
이밖에 선수의 부상 진단·치료 선택권 존중, 새벽·산악 훈련 자율성 존중, 개인 트레이너 제도 정비 등은 다른 종목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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